매일신문

[송재학의 시와 함께] 「석양」/ 김충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거대한 군불을 쬐려고 젖은 새들이 날아간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나무들은

이미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운 연기 한 줌 피어오르지 않는 맑은 군불,

새들은 세상을 떠돌다 날개에 묻혀온

그을음을 탁탁 털어내고 날아간다

깨끗한 몸으로 쬐어야 하는 맑은 군불,

어떤 거대한 혀가 몰래 천국의 밑바닥을 쓱 핥아와

그것을 연료로 지피는 듯한 맑은 군불,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어둠을 간신히 밀쳐내고 있는 맑은 군불,

그곳으로 가서 새들은 제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눈 밝아져

아득한 허공을 질주하면서도 세상 훤히 내려다보는 힘을 얻는다

저 거대한 군불 앞에 놓인 지구라는 제단,

그 제단 위 버둥거리는 사람이라는 것들,

누구의 후식인가

살짝 그슬러 먹으려고 저리 거대한 군불을 지폈나

내 시선이 거시적이라면 저 새들의 항적을 추적할 수 있겠다. 젖은 새들은 군불을 쬐려고 날아간다. 석양의 군불은 먼저 축축한 나무로부터 불지펴진다. 그 군불은 그을음이나 연기 없는 맑은 군불이다. 젖은 새들의 영혼이 필요한 군불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인간은 이 거시적 세계 속에서 후식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불가피한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저 석양빛 군불은 쓰레기를 태워서 얻은 불씨가 아니라 핀 영혼에 바치는 영혼인 것이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추미애 경기지사는 경기도의 재정난을 복지정책 탓으로 돌리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세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도 인구 증가로...
SK하이닉스는 7일 분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75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하며, 추가 주주환원 방안은 3분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
민선 9기 박권현 청도군수는 새로운 군정 운영 체제를 출범시키며 지역의 가뭄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군수는 매일 정례 브리핑...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