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에 희망을 던져준 뉴스 중 하나가 장기 기증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까지 장기 기증 희망자는 17만7천여 명으로 작년 한 해보다 무려 2.4배나 늘었다. 최근 3년 동안 7만~8만 명 사이를 오르내리는 정체 현상을 깨부순, 역대 최대 규모다. 각막 기증 사망자도 사상 최고인 186명을 기록하면서 약 350명의 앞 못 보는 이들에게 빛을 선사했다.
지난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약속한 대로 각막을 기증하면서 국내 장기 기증 문화를 되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기 기증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 기증자 수는 올해 5.3명(추산)으로 지난 2007년의 3.1명에 비해 늘어났으나 스페인 35.1명, 미국 26.7명, 영국 13명 등에 비하면 크게 적은 수치다. 신장이나 간장, 췌장 같은 고형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환자는 올해 10월 현재 1만2천여 명, 골수나 각막 이식을 고대하는 이도 4천여 명이나 된다.
장기 기증은 새 생명을 선물하는 기적의 활동이다. 피조물이며 유한한 수명을 가진 인간이지만 장기 기증으로 생명을 창조하고 영원히 사는 것과도 같은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1 save 9'이란 구호에서 알 수 있듯이 뇌사자 1명의 장기 기증으로 많게는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장기 기증 절차는 의외로 간단하다. 종합병원이나 구청 같은 장기 이식 등록기관, 아니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www.konos.go.kr)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희망 등록을 하면 된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다면 우편이나 팩스로 등록해도 된다. 20일쯤 지나면 등록증이 발송돼 오며 그때부터 특히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 등록 사실을 자주 얘기해서 사후에 실천이 되도록 하면 된다.
더불어 정부는 모처럼 고 김 추기경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조성된 장기 기증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 장기 기증의 모범 국가인 스페인의 경우 모든 병원이 장기 기증자 이식을 위한 전문적인 조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뇌사자가 발생하는 병원, 특히 군소병원에 보상 없이는 장기 기증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인식 아래 담당자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일주일여를 남기고 올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무언가 의미 있는 마무리를 원하신다면…!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