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이웃 다문화가족]중국인 세 며느리

세 중국 친구가 한국에선 동서지간으로

'다문화'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익숙해진 용어다. 신혼부부 8쌍 가운데 1쌍이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상태. 다문화가정의 주체인 결혼이민자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엄연히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았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또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 들이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다문화가정을 취재했다.

염홍연(38), 류소원(38), 이해연(34)씨는 한 집안에 시집온 중국인 며느리들이다. 만만치 않은 이국생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인 이들은 모두 중국 산동성 출신으로 동창과 친구 사이다. 이들이 옥천 조씨 삼형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은 많은 다문화가정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경우다.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들의 인연은 유난히 특별해 보인다.

가장 먼저 결혼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염씨다. 중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닌 염씨와 류씨는 1994년 외국인산업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와 충북 음성에 있는 섬유회사에 다녔다. 이 곳에서 염씨는 삼형제 가운데 맏이인 조용진(45)씨를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1995년 조씨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게 됐다. 같이 갈 가족이 없었던 염씨는 류씨를 데리고 인사를 가게 됐고 이 것이 계기가 돼 류씨와 막내인 조용수(40)씨가 1998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염씨와 류씨가 친구인 이씨를 둘째 조용선(43)씨에게 소개 시켜주면서 세명은 동서지간이 됐다.

결혼 후 염씨와 이씨는 서울, 류씨는 대구(달서구 이곡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비록 서울과 대구에 떨어져 살고 있지만 이들은 친자매처럼 의지하며 살고 있다.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을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

류씨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언어 문제입니다. 다문화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한글도 배우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으로 무엇을 설명해 주지 못할 때 안타까움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숙제를 봐줘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형님(염씨와 이씨)들이 있어 좋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세며느리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시부모 고향 어르신들은 '조가네 며느리 잘 들어왔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염씨는 아들과 딸, 이씨는 딸 둘, 류씨는 아들 둘과 7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특히 류씨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성서종합복지관 내에 위치한 달서다문화가족도서관에서 책 정리를 하거나 다문화가정 행사가 열리면 일을 도와주러 나간다.

한국 생활 10년을 훌쩍 넘겨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된 세며느리의 작은 바람은 온 가족(시부모와 삼형제, 시여동생)이 함께 중국 산둥성을 방문하는 것. 몇년전 세부부가 중국 산둥성을 같이 다녀온 적은 있으나 아직까지 온 가족이 중국 여행을 떠난 적은 없다.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

시부모님 중국 구경을 시켜 드리고 싶다는 류씨는 "가끔 고향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시집 온 초기에는 많이 아플 때 집 생각이 많이 났지만 아이를 낳은 뒤부터는 아이가 심하게 보챌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엄마도 힘들게 나를 키웠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시부모님이 잘해주시고 남편도 성실해서 결혼 생활은 만족스럽습니다.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시집와서 겪었던 일을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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