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라 하면 연상되는 것이 많다. 우선 아기 예수가 떠오르고, 산타클로스, 화이트 크리스마스, 루돌프 사슴, 크리스마스 트리, 캐럴 등도 빠질 수 없다. 성탄절(聖誕節)로 번역되는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라는 기독교적 용어의 합성어다. 우리 번역 말에는 아기 예수 탄생의 뜻이 강하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낱말로만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셈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이교도적인 요소가 섞여 있다. 12월 25일은 로마인의 전통적인 축제일이다. 이들은 12월 24일부터 다음해 1월 6일까지 동지절이라는 축제를 열었다. 정설은 아니지만 이교도를 정복했다는 의미로 로마 주교가 이날을 아기 예수 탄생일로 채택하면서 크리스마스가 됐다고 한다. 교리로 지켜지기 시작한 것은 4세기 중반이다.

산타클로스의 기원도 재미있다. 4세기 중반, 터키 남부 지방의 세인트 니콜라스 주교에게서 비롯한 것이다. 니콜라스 주교는 평소 자선을 많이 했고, 특히 어린이에게는 직접 선물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미국에서 재현됐다.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계 개신교 신자들은 니콜라스 주교를 크리스마스의 중심 인물로 부각시켰다. 사이가 좋지 않던 개신교 신자들이 가톨릭 주교를 상징화했다는 것은 의외지만 성인(聖人)으로 칭송한 것은 아니다. 선물을 나눠주는 '자비로운 요술쟁이'라는 뜻의 산테 클리아스라고 불렀고, 이것이 산타클로스가 됐다.

크리스마스가 온 세계의 축제가 되다 보니 날짜는 같아도 남반구에서는 한여름에 크리스마스가 된다. 호주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반구 국가나 늘 더운 적도 인근 국가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나,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의 썰매는 아예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그들은 어린 바나나 나무나 야자 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수영복 차림으로 선탠을 즐기면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하지만 상업적인 요소가 결합하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특히 절정인 크리스마스 이브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끌벅적하게 놀아도 별다른 책이 되지 않는 하루가 된 지 오래다. 그 젊음이 부럽기도 하지만 마음의 평화 인사를 주고받으며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도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보내기일 듯싶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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