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대학과 책] 2009북한개요/통일연구원 (통일연구원, 2009)

경인년 새해, 북한에도 밝은 빛을…

경인년(庚寅年) 새해 돋으심을 기다립니다. 밝고 맑은 빛을 세상 골고루 비추시어 모든 음습한 곳을 밝혀 주었으면 합니다. 인간들이 만든 천차만별인 세상을 하나의 빛으로 비추어 한 세상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새로운 세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반도를 눈여겨보시어 아주 특별한 빛으로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한반도의 일부는 세상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세상이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갇혀 살아서 별세계의 사람들이 되어버린 이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또 다른 우리입니다. 삶의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분명 우리와 한몸입니다.

그동안 살림살이도 넉넉지 못하고 스스로 지킬 힘도 없어서 별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갖 어려움과 수모를 겪었습니다. 자존심도 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떨어져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살림살이도 넉넉해졌고, 힘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할 일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처럼 감정만 달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하나가 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미 요령은 알고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에서 편찬한 『2009 북한개요』(통일연구원, 2009)에 모든 내용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습니다. 북한의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 정치 이념과 체제 그리고 권력, 인민군과 군사조직, 외교 정책과 외교 활동, 경제 체제와 경제 관리, 과학기술과 최근의 동향, 사회통제와 사회 문제, 주민생활과 사회복지, 종교와 언어, 교육과 예술, 대남전략과 연방제 통일방안 등 모든 방면에서 북한의 실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근 60년의 사회주의 제도가 수 천 년 전통 문화를 어떻게 변형시켰을까? 북한이라는 특수상황 하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참으로 보람 있는 시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관혼상제가 진미입니다. 북한의 '가족법' 제9조는 결혼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18세, 여자는 17세부터 결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북한은 "국가는 청년들이 조국과 인민,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보람있게 일한 다음 결혼하는 사회적 기풍을 장려한다"고 하면서 만혼을 장려합니다. 2003년 통계에 따르면 통상 남자의 결혼 평균연령은 27.3세, 여자는 24.8세라고 합니다. 배우자 선정에 있어서는 과거 당'정 기관의 간부나 군관 등 출신성분 중심에서 최근에는 대외무역 종사자, 외화벌이 일꾼 등 경제적 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예복은 남자의 경우는 양복, 여자의 경우는 한복을 착용하며, 예식은 마을 회관이나 신랑신부의 집에서 올립니다. 주례는 대체로 자기가 속해있는 직장 상사, 협동농장 간부 또는 당이나 근로단체의 간부가 하는데, 이때 주례사는 신랑신부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격려보다는 당과 수령에 대한 헌신적 충성에 대한 내용이며, 결혼식이 끝나면 지역의 사적지를 방문하거나 김일성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친지들을 찾는다고 합니다.

회갑연은 1950년대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와 식량절약이라는 명분하에 금지되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는 김일성이 '60청춘, 90환갑'이라는 구호를 제창하며 회갑연을 제한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친척, 친지들이 모여 회갑연을 간소하게 치르며, 칠순'팔순 등의 장수 잔치도 있다고 합니다. 가끔씩 김정일이 노력영웅 등 공로가 있는 사람들에게 환갑상, 칠순상을 하사하는 데 이것은 '인덕정치'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장례는 전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극히 간소한 사회주의 방식과 '화장법'을 장려하고 있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매장을 선호하며 매장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상복은 착용하지 않고 남자는 검은 리본, 여자는 흰 리본을 달며, 삼일장으로 치릅니다. 제사도 복고주의 병폐와 봉건적 잔재라고 비판되지만 지방 대신 사진을 놓고 간소하게나마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60년의 세월 동안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 북한, 그러나 사람들과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지금이 적기입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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