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금연 소망

흔히 중독성이 강한 약물로 마약을 이야기한다. 헤로인이나 코카인, 대마초 등은 부작용을 알고 중단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나약하게 만드는 대표적 약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는 헤로인의 약물 의존성이 35%인데 비해 두 배가 넘는 80%의 약물 의존성을 보이는 치명적인 성분이 있다. 바로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이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를 단지 의지박약으로 몰아붙이는 건 무리라는 과학적 근거다.

새로운 해를 맞는 시기에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금연을 소망한다. 본지가 지역민 409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71명이 건강이라고 답했고, 연관 항목으로 금연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매년 1월이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격려 속에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도전한다. 불행히도 대다수가 며칠 지나지 않아 실패하곤 고개를 떨구며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나무란다. 하지만 중독성 최고인 니코틴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도움이 더 중요해 보인다.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한 마을 주민들이 30일 '담배 연기 없는 마을' 행사를 열었다. 지난 4월 화천군이 남성 흡연율 60.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5월에 금연 결의문을 낭독한 지 6개월 만에 금연을 재결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당시 220여명의 주민들 가운데 담배를 피우던 70명 중 대부분이 끊고 5명가량만 남았는데 이들을 위해 다시 담배 끊기 운동을 벌이고, 의료기관의 도움까지 받아 금연 마을을 이루자는 뜻을 모았다고 한다. 마을 주민 각자가 따로 금연 결심을 했다면 이런 결과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금연구역이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공공장소로 확산되는 데 이어 아파트 내에서도 흡연을 금지한 곳이 속속 생기고 있다. 뉴욕의 한 아파트는 금연 약속을 해야 입주할 수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한 금연단체는 아예 뉴질랜드를 2020년까지 금연 국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이를 단지 흡연권 제한이 아니라 금연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시도 못할 이유가 없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 모두가 금연 도우미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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