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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이 몸이 죽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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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죽어가서

성삼문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이 몸이 죽은 후 무엇이 될 것인가 하면/ 신들이 살고 있다는 봉래산 제일 높은 봉우리에 싱싱하게 자란 큰 소나무가 되었다가/ 흰 눈이 온누리를 덮어서 만물이 죽거나 활동을 하지 못할 때 나만은 홀로 푸른 빛을 보여주리라" 로 풀리는 시조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成三問·1418~1456)의 작품이다. 호는 매죽헌(梅竹軒). 21세에 문과에 급제하고, 서른 살에 문과 중시에 장원했다. 집현전 학자, 수찬 등을 거쳐 경연관으로 세종을 가까이 모셨다. 정음청에서 한글 창제를 위해 당시 요동에 유배되어 있던 명나라 한림학자 황찬(黃瓚)을 열세 번이나 찾아가 음운을 질의하고 다시 명나라에 여러 번 건너가 음운을 연구한 후에 훈민정음을 반포하게 했다.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죽이고 집현전 신하들에게 공신의 호를 내리자 모두 순번으로 축하연을 열었으나 그 혼자만 열지 않았다. 세조가 왕위에 오르자 예방승지인 그가 옥새를 안고 통곡했다. 이듬해 좌부승지로서 아버지 성승, 박팽년 등과 단종 복위를 모의했으나 김질이 변절해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응부 등과 체포되어 39세의 나이로 세조의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매우 소탈한 사람으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기거에 절도가 없는 듯했으나 속으로는 지조가 굳세었다. 세조의 문초에도 당당히 맞섰으며 혹독한 고문을 당했으나 얼굴색을 변치 않고 '나으리의 형벌이 참혹하다'고 항변했다 하니 그의 기개를 짐작할 수 있겠다. 그만큼 선비의 지조를 소중히 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봉래산은 신선들이 살고 있다는 가상적인 산으로 중국의 삼신산의 하나다. 우리나라 금강산의 여름철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서울의 남산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낙락장송(落落長松)과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한자들이 무겁긴 하지만 그 무거운 말 속에 담긴 정신은 정말 예사롭지 아니하다. 작품이 드러내는 정신이 서늘하다. 겨울 찬바람 같다. 그런 정신이 깃든 이 작품은 사육신이란 이름과 함께 우리 역사 속에 그야말로 청청하게 살아있다.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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