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늙어 더 아름다웠던 오드리 헵번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등이 구부정해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오드리 헵번(1929~1993)을 보면 아름답게 늙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린 것 같다. 그녀는 두 개의 삶을 살았다. 젊은 시절 '은막의 요정'이었고 말년엔 인도주의자로 전세계 굶주리고 고통받는 아이들의 대모였다.

어릴 때는 불행했다. 영국인 은행가 아버지와 네덜란드 귀족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나치 추종자인 아버지는 6세 때 곁을 떠났다. 사춘기는 독일이 점령한 네덜란드 아른헴에서 굶주림과 공포 속에서 보냈다. "영양 불균형으로 큰 키(170cm)와 뚱뚱한 몸매를 갖게 돼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했다"고 했다. 뭇 여성들이 부러워한 날씬한 몸매는 전쟁의 후유증이라니 다소 생뚱맞다. 안정적인 가정을 꿈꿨으나 바람기가 많아 여의치 않았고 유엔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를 자원한 것은 59세 때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등 50여곳에서 구호활동을 했다. 1993년 오늘, 직장암으로 죽었을 때 세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애도를 받은 유일한 배우였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이고, 어린이 100만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박병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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