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동, 대구의 혜화동이 될까?'
구 계명대(남구 대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한 '대명공연문화거리'가 발족, 대구의 새로운 공연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이른바 '돌계단'으로 상징되는 계명대 네거리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밤낮없이 인파가 몰리는 명소였지만, 계명대 이전으로 급속한 쇠락을 겪은 곳. 그러나 최근 연극 소극장, 극단 사무실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공연이 이어지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공연문화거리 지정 3개월, 그 후
3일 오후 구 계명문화대 정문 앞. 4,5m 높이의 '대명공연문화거리' 입간판이 설치된 돌계단 앞은 공연 포스터를 사방으로 붙일 수 있는 '포스터 게시대'와 공연문화거리를 홍보하는 휘장들이 삼각 로터리에서 계대 네거리까지 500여m 가량 줄지어 서 있었다. 정철원(44·극단 한울림 대표) 대명공연문화거리 추진위원장은 "2, 3일 내로 돌계단 인근에 공연정보센터 부스가 설치되면, 본격적인 거리 홍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공연정보센터는 대구의 전 소극장과 연주회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소개하게 되며, 표 한 장 값으로 두 개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원 플러스 원 티켓제' 등을 통해 공연 관람객 유치에 나서게 된다. 서울 대학로의 경우 일찌감치 공연정보센터를 통한 공연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추진위와 남구청이 공동으로 조성한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지난해 11월 거리 지정한 지 3개월 만에 이 일대에 조용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견인차는 연극인들. 현재 '우전' '한울림' '빈티지' '예전' '엑터 스토리' 등 5개 소극장이 반경 200~300여m 안에 있고, 극단 사무실도 10개나 된다. 정 대표는 "현재 이전을 타진중인 소극장까지 합하면 소극장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인근의 한 음식점 주인은 "공연이 있는 날이면 손님들도 늘고, 어두컴컴했던 거리도 밝아진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향후 5년간 문화·공연 단체의 대명동 유치, 주변 상가·거리의 명물화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서울 대학로와 같은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로의 애칭인 '혜화동 1번지'처럼 공연문화거리를 친근하게 표현할 만한 이름도 조만간 공모한다.
지역 연극계도 모처럼 반가운 분위기다. 2005년 이 일대의 첫 소극장으로 터를 잡은 '우전'의 성석배 대표는 "민간 극단들이 자생적으로 소극장가(街)를 형성시켰다는 것이 주목할 만 한 점"이라며 "대구 소극장의 3분의 2가 모인 만큼 서울 대학로와 같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초 개관한 소극장 '엑터 스토리'의 김재만 대표는 "연극뿐 아니라 음악회, 거리예술 공연이 1년 내내 이어지는 시민문화 공간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이전한 극단 '예전'의 김태석 대표도 "극단들이 배우 보충이나 소극장 유지에 따른 경제적 부담만 잘 해결하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문화산업연구팀장은 "'공연문화도시 대구' 연구 용역에 대명동 공연문화거리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와는 동상이몽
그러나 대명공연문화거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현재 대구시는 동성로 등 시내 일대에 소극장을 밀집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중구 수창동 구 KT&G별관에 들어서는 문화창조발전소에 연극·콘서트 공연이 가능한 창고형 극장도 세울 계획이다. 김대권 문화예술과장은 "쇼핑, 관광과 연계시키려면 시내 중심가에 소극장이 밀집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명동 소극장가(街) 경우 극장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것.
추진위 측은 이에 대해 "서울 대학로도 상업적 성향이 강한 소극장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분리돼 가는 경향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대명동은 후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명공연문화거리 추진위는 22일 거리 선포식을 갖고, 일대 소극장과 함께 기념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