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헤어 스프레이' 코믹함 VS '맨 오브 라만차' 진지함

'꿈 좇는 주인공' 소재 뮤지컬 2편 대구서 잇단 공연

'꿈'이 가진 드라마틱한 힘은 실현되기 힘들다는 데서 출발한다. 주변의 비아냥이라든가, 자신 없음이라든가 하는 방해요소를 이겨내는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래서 이런 꿈이 공연의 소재로 자주 채택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다.

꿈을 소재로 한 뮤지컬 두 편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대구 관객을 찾아온다. 브로드웨이산(産)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와 '맨 오브 라만차'. 볼품없는 현실을 박차고 자신만의 꿈을 좇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그 꿈을 향해가는 여정은 희극적이거나 진지하거나다.

15~21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는 2002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후 토니상 8개 부문을 석권, '코미디 뮤지컬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얻은 작품이다.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시가 배경. 뚱뚱한 10대 소녀 트레이시는 미남, 미녀들만 출연하는 인기 TV쇼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트레이시는 시기와 질투 속에서도 꿋꿋한 노력으로 TV쇼에 출연, 인기 스타가 된다. 작품은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트레이시는 백인과 흑인이 한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할 수 없다는 TV쇼의 인종차별적 요소를 알게 되고, 이를 깨뜨리기 위해 나선다. 자신의 꿈에 머물지 않고, 타인의 꿈을 위해 활약하는 트레이시는 한 단계 성숙을 이룬다. 헤어 스프레이로 한껏 부풀린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트레이시 역에는 방송인 박경림, 그 어머니 역에는 개그맨 문천식이 출연한다. 공연은 월요일 오후 4시,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2·6시. 1599-1980.

26~28일 공연하는 '맨 오브 라만차'는 2005년 국내 초연 후 관객들로부터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인정받은 뮤지컬이다. 초연 때는 '돈키호테'라는 이름으로 공연, 쇼 성향의 뮤지컬이 주류를 이룬 뮤지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맨 오브 라만차'는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극중극이다. 세르반테스가 곧 돈키호테였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돈키호테로 대변되는 인간 내면의 불굴의 의지를 감동적으로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경은 스페인의 어느 지하감옥. 신성모독죄로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벌인다. 극의 주인공은 라만차에 살고 있는 늙은이 알론조.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덕택에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풍차를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여관 하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행동에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지만, 그의 진심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맨 오브 라만차'는 원조 라만차 기사인 정성화와 류정한이 투톱으로 출연한다. 거울 속에서 발견한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던 알론조가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르며 다시 일어서는 장면에서 큰 감동을 자아낸다. 공연 시간은 26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7시, 28일 오후 2·6시. 1544-1555.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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