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2세, 앳된(?) 소녀는 '당구 얼짱'이란 닉네임이 싫다. 당구 실력으로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된 당구와의 질긴 인연에서 승리하고픈 욕구가 강한 것. 체력이 약한데다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테니스 선수에서 당구 선수로 전향한 이 소녀는 중학교를 자퇴하면서까지 당구에 빠져 살고 있다.
위 소녀의 주인공인 차유람(대한민국 포켓볼 국가대표)씨는 "당구는 내 운명이 맞겠죠"라고 운을 뗀 뒤, "당구를 하면서 수십번 그만두고 싶었고, 외롭고 힘들어 많이도 울었지만 다음날이면 이상하게도 또 큐대를 잡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나님이 자신에게 준 달란트(Talent:재능)가 당구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고 힘들 때면 항상 기도하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당구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실력파 얼짱 선수 차유람을 9일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중심상가 인근 '2010 포켓볼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만났다. 실제 만나보니 더 인형처럼 예쁜 얼짱이었다.
◆완도에서 산딸기 따먹는 시절
차씨는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유년기 시절을 보냈다. 2녀 중 차녀였던 그는 씩씩하고 당찼던 언니 보람(24·당구선수)씨와 함께 다니며 당구를 하기 전까지는 테니스 자매로 유명했다. 차씨는 언니와 함께 완도 곳곳으로 산딸기를 따러 다녔고 절반은 친구들에게, 절반은 자매가 먹곤 했다. 완도는 어릴 적 추억이 서린 곳이다.
그의 부모는 완도에서 구멍가게를 하다 횟집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지금은 경기도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장사도 잘 된단다.
차씨는 "아버지가 육상선수를 해서 그런지 운동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으며, 일찍 운동 쪽으로 방향을 정해 우리 두 딸을 키웠다"며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당구는 저와 도저히 떨어질 수 없는 세상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차씨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학교를 10번이나 바꿔 다녀야 했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때마다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넌 어디서 왔니?"라는 친구들의 말이 싫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학창시절을 제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이런 탓에 중학교를 자퇴했고, 오로지 당구에만 매진해 더 자신을 갈고 닦았다.
이후 4년 전 당구얼짱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학교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속 한 군데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연세대나 고려대에서 스포츠 관련 학과를 공부하고 싶으며 캠퍼스의 추억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개인 성적, 소속사 문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차씨는 올해는 각종 대회에 나가 좋은 결과를 거두고 경기 외적으로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간절히 기도했다.
◆승부욕의 화신, '꼭 이긴다'
OX 퀴즈, '차유람은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한다'. 답은 O. 차씨는 실제 경기에 임하면 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승부욕의 화신이다. 조바심을 내지는 않지만 일단 상대와 실력 대결이 펼쳐지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실제 그는 교회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친목도모로 게임을 할 때, 상대방과 맞붙게 되면 승부욕이 불붙어 목숨을 건듯 꼭 이기고마는 성격이 나올까, 많이 자제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재미삼아 게임을 하다 갑자기 '어! 승부욕이 또 도지는구나' 싶어 한발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기자가 짖궂게 연애에 있어서도 그런 기질이 발동하지 않느냐고 묻자, "아직 한번도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며 "당구와 살다 보니 한번도 남자와 사귄다는 데 OK를 해본 적이 없다"고. 이어 "아직은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당구 실력으로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경기를 하다 뜻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음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하나님께 '힘 주시라'고 기도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며 "사실 관중이 많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이젠 그리 부담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즐기며 더 집중해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차씨가 세계 최고의 당구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본 건 정확히 2006년 9월 13일 '2006 트릭샷 매직 챌린저 대회'. 그는 결승에서 자넷 리 선수에게 1대2로 패했지만 오히려 당구얼짱 샛별이 당구계에 떴다며 더 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차씨는 미국에서도 활동하며 랭킹 18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는 "그날은 도저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했다.
◆연예급 스타얼짱 '즐겨야죠'
당구선수지만 시대가 워낙 미녀·미남에 열광하다 보니 차씨 역시 연예인급 대우를 받으며 어딜 가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처음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제 많이 적응이 됐으며, 여유있게 대처할 줄도 안다.
실제 차씨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cyr0723) 방문자수는 167만9천610건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며, 팬 카페(http://cafe.daum.net/englishball) 회원수도 5천640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팬 카페에서 별명은 얼굴이 탱글탱글해서 '탱글이'다.
이에 대해 차씨는 "처음 큰 인기를 누릴 때보다 요즘은 미니홈피나 팬 카페를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은 모든 것을 만들어진 이미지로 보여주고 연기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당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당구 포켓볼 종목에서 메달(금)을 따는 것이 목표인 차씨는 2009 홍콩 동아시아 경기 6레드 스누커 여자 개인 동메달을 비롯해 한국 여자포켓 나인볼 랭킹전 1위, 한국 여자 3쿠션 대회 1위, US Open 4강, XTN 당구 챔피언십 준우승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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