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멜로 맛볼까, 판타지 맛볼까

설연휴 극장가 장르별 푸짐한 상차림

위에서부터
위에서부터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울프맨', '공자', '발렌타인 데이'
위에서부터
위에서부터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의형제', '식객:김치전쟁', '하모니'

유난히 짧은 이번 설연휴는 극장으로 보면 최악의 조합이다. 연휴가 휴일 이틀과 겹치고, 거기에 발렌타인 데이가 설날과 같은 날이 되는 바람에 이래저래 아쉬움을 전해주고 있다. '아바타'의 득세로 뚜렷한 대항마가 형성되지 못했기에 예전 같으면 북새통이 될 대목 극장가지만, 대형 오락영화가 포진하지 못했다.

그래도 중국 정부가 밀고 있는 '공자-춘추전국시대'와 판타지 모험영화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 등이 개봉해 팬들의 구미를 돋우고 있다. 또 발렌타인 데이를 겨냥한 '발렌타인 데이'와 유쾌한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공포 스릴러 '울프맨'이 가세해 선택의 폭은 넓은 편이다. 거기에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 '의형제'를 비롯해 최루성 영화 '하모니', 액션물 '주유소 습격사건2' 등이 뒤를 받치고 있어 설 차례상처럼 푸짐한 편이다.

◇ 신화와 전설, 정사(正史) 속 히어로들의 '전쟁'

'퍼시 잭슨과 번개 도둑'(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 도시에 옮겨 온 판타지 모험영화다. 17세 퍼시 잭슨(로건 레먼)은 자신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고교생.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제우스의 번개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퍼시 잭슨이 도둑으로 지명된다. 잭슨은 누명을 뒤집어쓰고 나서야 자신이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들은 인간 세계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 올 대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물을 지배하는 능력을 소유한 퍼시 잭슨은 지혜의 신 아테나의 딸 아나베스, 퍼시의 수호신 그로버와 함께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신들의 파괴적인 전쟁을 막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거대한 신들의 전쟁을 마치 특수효과와 버무려 게임처럼 풀어낸다. 신화 속 인물들을 교묘하게 현대 도시에 접목시켰다. 올림포스 신전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있고, 메두사는 시골에서 빈티지 가구를 판다. 메두사를 연기한 우마 서먼을 비롯해 피어스 브로스넌, 숀빈 등 관록파 배우들도 감칠맛을 준다. 12세 관람가. 119분.

'울프맨'(감독 조 존스톤)은 전설로 내려오는 늑대 인간의 이야기를 새로 풀어낸 공포 스릴러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나 배우가 된 로렌스(베네치오 델 토로)는 런던으로 공연을 왔다가 형이 실종됐다는 편지를 받고 고향집을 찾는다. 그러나 그가 도착했을 때 형은 이미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돼 장례식이 준비 중이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숲으로 갔던 로렌스는 괴수의 공격을 받고 크게 다치지만 형의 약혼녀 그웬(에밀리 블런트)의 간호로 의식을 회복한다. 이상하게 상처가 깨끗하게 아물고 몸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 어느 날, 보름달이 뜨자 로렌스는 늑대 인간으로 변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늑대 인간의 전설을 잔혹하고 음울하게 그렸다. 특히 늑대로 변신하는 모습이 실감난다. 울프맨이 땅을 박차고 나가는 장면, 다리를 구부리는 장면 등이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정교하게 표현된다.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안소니 홉킨스의 냉정한 연기도 볼 만하다. 감독은 '쥬라기 공원 3' '쥬만지' 등을 만들었다. 18세 관람가. 102분.

'공자-춘추전국시대'(감독 호 메이)는 난세를 주름잡는 영웅 '공자'를 그린 작품이다. 수많은 제후국이 천하 통일의 열망 아래 끊임없이 부딪치던 춘추 전국 시대.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오른 공자(주윤발)는 노나라 제후 노정공의 신임 속에 자신의 뜻을 펼친다. 수많은 개혁책과 지략으로 내외적 안정을 도모하는 공자. 그러나 '예치'의 이상을 강조하는 그의 태도는 노정공에게 또 다른 압박이 되고, 결국 노정공은 공자를 통해 맹씨·숙씨·계씨, 이른바 삼환의 세도를 누르려 했던 처음의 계획을 접은 채 공자를 내친다.

35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에, '와호장룡' '영웅'의 제작진이 뭉쳤다고 해 화제가 된 영화다. 사상가인 공자를 언변과 책략도 뛰어나고 쏘는 족족 화살을 명중시키는 전쟁 영웅으로 등극시키는 등 의도적인 '공자 세우기'가 눈에 거슬린다. 12세 관람가. 108분.

◇ 별들의 잔치 '발렌타인 데이' Vs 행복한 음식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프리티 우먼'으로 줄리아 로버츠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게리 마셜 감독이 연출한 '발렌타인 데이'는 발렌타인 데이 특수를 위해 만든 전략적인 멜로 드라마다. 줄리아 로버츠, 제시카 알바, 앤 헤서웨이, 애쉬튼 커쳐 등 할리우드 스타 20여명이 출연해 '별들의 잔치'를 펼친다.

영화는 발렌타인 데이 아침에 여자 친구 몰리(제시카 알바)에게 청혼 반지를 건넨 리드(애쉬튼 커처)가 승낙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몰리는 그날 오후 리드를 떠난다. 리드의 절친한 친구인 줄리아(제니퍼 가너)는 애인(패트릭 뎀시)이 이혼남인 줄 알지만 그는 유부남이고, 매니지먼트 홍보 담당자 카라(제시카 비엘)는 발렌타인 데이에 혼자인 사람은 자기밖에 없을 것이라며 절망에 빠져 있다. 재계약을 앞둔 미식축구 선수 숀(에릭 데인)과 스포츠 전문기자 켈빈(제이미 폭스), 성인 전화 아르바이트를 하는 전화 교환원 리즈(앤 해서웨이),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된 여군 장교 케이트(줄리아 로버츠)와 다정한 매너남 홀든(브래들리 쿠퍼), 다정한 남편(헥터 엘리존도)에게 오래전 불륜을 밝히는 아내(셜리 매클레인)와 상사병에 걸린 손자까지. 이들은 행복하게 발렌타인 데이를 보낼 수 있을까. 15세 관람가. 125분.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봐도 행복해질 애니메이션이다. 주식이 정어리인 섬마을 꿀꺽퐁당. 과학자 플린트(빌 하더)는 물을 음식으로 변환하는 슈퍼음식 복제기를 발명한다. 실험 도중 기계가 하늘로 날아가버리는 사고가 벌어지며 플린트는 마을의 비난을 동시에 받지만, 갑자기 공중의 음식복제기가 치즈버거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플린트는 마을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음식들을 내리게 만들고 기상 캐스터인 샘(안나 패리스)과 연애를 시작하지만, 식탐 많은 시장이 기계를 고장 내면서 전세계는 음식들로 초토화될 위기에 처한다. 1978년 초판 발행 이후 1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그림책이 원작이다. 소니픽처스가 '부그와 엘리엇'(2006), '서핑업'(2007) 이후 세 번째로 내놓은 CG애니메이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전체 관람가. 90분.

◇ '아바타'에 맞선 한국 영화들의 '선전'

설 연휴를 노리고 새로 개봉한 한국 영화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의형제'(2월 4일 개봉)가 유일하다.

'의형제'는 남파 간첩과 국정원 요원의 우정과 화해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버디 무비다. 조국과 조직, 신념이란 차가운 이성을 녹여내는 의리와 감성의 융해 과정이 강약, 완급의 절묘한 조절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분단과 이념,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 무겁지 않게 흘러 가족 관객층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지난주 첫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의형제'는 점유율 17.72%를 보이며, '아바타'의 뒷심을 압박하고 있다.

설을 노리고 있다가 개봉을 한 주 앞당긴 '식객:김치전쟁'과 김윤진이 주연한 '하모니'도 선전 중이다. 어머니의 손맛을 최고로 내세우는 '식객:김치전쟁'과 여성 수감자의 애끊는 모정을 그린 '하모니' 는 모두 감정에 다가가는 영화들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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