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차숙 시인이 4번째 시집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를 출간했다. 이번에 묶은 시들은 모두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 시들처럼 보인다. 종교(기독교)에 관한 직접적인 시도 있고, 인생과 세월을 관조하는 시들도 있지만 어느 것이나 '간절한 기도문'처럼 읽히기는 마찬가지다.
젊었던 시절 뾰족구두를 신고, 어디를 가나 홈을 파헤치고, 언제나 똑 똑 똑 소리를 내며 걷던 시인은 이제는 평평한 신발을 신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나는/ 온들 간들 소리 없고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하얀 고무신이고 싶다/ 어쩌다 작은 발이 잠깐 다녀올 때 쏘옥 신을 수 있고/ 큰 발이 꺾어 신어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는 굽이 없는 신발이다'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 중에서.
문차숙 시인은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염원하거나 지향하는 것들에 관해 노래한다. 그것을 인생관이라고 해도 좋고, 가치관이라도 해도 좋겠다. 시집은 뒤태, 내가 가는 길, 성모당에서, 꽃에게 지다, 가을이 오면 등 5개 큰 주제로 구분돼 묶여 있는데, 모두가 기독교 정신을 원류로 한 삶의 어떤 염원에 관한 것들이다.
'봄 꽃 만발한데/ 한줄기 비는 꽃잎을 떨구고/ 환하게 한 번 피려고 하면/ 바람이 훅/ 날려버린다/ 세상 일 다 그래/ 피려다 만 것이 어디 너뿐이겠는가' -봄꽃-
128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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