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 팔공산에 내린 눈처럼 순수한 마음 갖자

설 차례와 인사를 마친 설 다음날, '오늘 하루는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며 늦은 아침을 먹고 아파트 창문을 여는 순간 멀리 팔공산이 보였다.하얀 눈이 온 산을 흰 색으로 수 놓아 황홀할 지경이었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접고 '팔공산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눈 산행을 몇번 해 보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팔공산의 눈꽃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슴이 막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바스락 바스락 아내 몰래 준비를 하고 나오는데, "산에 가세요?" "응, 팔공산에 눈이 넘 좋아 후딱 갔다 올께."

수태골 입구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할 수 없이 좀 내려와 간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뽀드득뽀드득 하얀 눈은 아이젠 밑에서 노래를 하고, 나는 흥이 나서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어서 비로봉과 동봉을 단숨에 올랐다. 인산인해인 정상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한 떡과 커피 과일 한조각씩을 먹고 나서 걸어온 길을 다시 뒤돌아 보니 비로봉의 나뭇가지에 달아놓은 영롱한 얼음 눈꽃,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에 '눈꽃산행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내 가슴은 이미 하얀 순백으로 순수하게 비워져 있다.경인년의 새로운 각오와 계획을 채우게 하려나 보다.

걷고 또 걷고 몇 시간 만에 참으로 가슴속 뿌듯한 희열을 느끼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다. 올라 갔던 길을 돌아 끝자락에 즈음하여 한숨 쉬어 가려고 배낭을 내려 놓는 순간 모두 비우고 온 내가 하얀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또 저쪽 한 켠에 나를 위해서일까? 누군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경인년에는 이 눈사람처럼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해를 지냈으면 참 좋겠다. 이복우(lbogwo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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