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세정기자의 음식탐방] 일식집 '유메'

신선한 회'독특한 밑반찬 "또 먹고 싶네"

대부분 생선의 제철은 '겨울'이다. 겨울철에는 감성돔, 광어, 우럭, 농어, 도다리, 해삼, 개불, 산낙지, 멍게 등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자연산으로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제철 생선으로 요리한 횟감들이 유독 겨울철에 맛있는 이유는 찬바람이 회의 살점을 긴장시키고 더욱 쫄깃하게 만들기 때문.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식집은 회보다 '스키다시' 즉 밑반찬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횟감을 고르는 것보다 밑반찬에 훨씬 많은 공을 들이는 일식집도 간혹 눈에 띈다. 밑반찬은 식욕을 돋우되 주 메뉴보다는 자세를 낮춰야 하는데 말이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식집 '유메'를 찾았다. 유메는 색깔이 분명한 밑반찬과 신선한 회로 알려진 곳이다.

참치의 본맛을 알 수 있는 유메스페셜은 참치의 6가지 부위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특히 기름기가 많아 고소한 참치뱃살, 볼살, 가마살 등은 인기 부위. 기름기가 많은 참치 뱃살을 맛있게 먹으려면 와사비를 듬뿍 찍어야 한다. 과하다 싶을 만큼의 와사비를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참치뱃살의 기름기는 사라지고 와사비의 매운맛도 동시에 사라진다. 두 가지 재료가 어울리면서 서로의 단점을 상쇄시켜주고 맛은 높여준다.

제철을 맞은 광어회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광어의 껍질을 살짝 데친 후 벗겨낸 광어회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다. 너무 데치면 질기고, 적게 데치면 물컹한, 예민한 재료를 제대로 요리해낸다. 횟감이 신선하지 못하면 이처럼 회를 두껍게 낼 수 없다.

생선회를 뜰 때는 칼질을 어떻게 하느냐가 맛을 좌우한다. 칼을 잡는 방법과 칼의 각도까지 맛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셰프의 역량이 회의 맛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윤재호 셰프는 고객들마다의 입맛을 영리하게 잘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 셰프에게 물어봤다. 회를 먹을 때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 먹는 것은 한국식 식습관. 생 와사비를 생선 위에 올리고 간장을 따로 찍어 먹는 것이 사시미 본래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회도 숙성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방 떠낸 회가 싱싱하고 맛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일 맛있는 것은 회를 뜬 후 5시간 정도 냉장 숙성을 거친 뒤다. 숙성을 시켜야 회의 식감과 맛이 최상이 된다는 것. 그래서 좋은 회를 먹으려면 사전 예약은 필수다.

유메는 밑반찬도 특색이 분명하다. 이곳 밑반찬은 그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질적으로 수준이 높다. 밑반찬의 하나로 나오는 고등어 초절임(시메사바)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상적인 반찬. 지역에선 정통 시메사바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고등어 초절임은 제주도에서 비행기로 공수해온 싱싱한 고등어를 윤 셰프가 직접 소금 간을 한 후 식초 등에 절인다. 시각적으로 푸르스름하면서도 반짝거리는 껍질의 빛깔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어 신선한 느낌이 난다. 식감이 독특하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좋다.

윤 셰프는 튀김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튀김가루를 손으로 일일이 뿌려서 붙이기 때문에 씹히는 식감이 더욱 바삭하고 고소하다. 시간과 재료비가 많이 들지만 이런 과정을 고집하는 이유다.

최근 셰프가 선보인 어묵탕은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생선살을 잘게 다져 야채와 함께 만든 수제어묵은 쫄깃하면서도 생선의 깊은 맛이 우러나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어묵을 튀기지 않고 데쳐서 겨울과 잘 어울리는 담백한 맛을 낸다.

유메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비싼 만큼 제값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평이다. 특히 상견례와 같이 어려운 자리에는 모든 메뉴를 1인분으로 담아주기 때문에 격식있는 자리에 잘 어울린다. 가격은 6만~12만원선. 점심특선은 2만~5만원. 유메스페셜은 12만원. 아리아나호텔 1층. 053)765-7787.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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