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6)씨는 요즘 대출 상품 '갈아타기'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달 3%대의 가산금리로 1억4천만원을 빌려 집을 산 이씨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이 3개월 변동대출보다 금리가 싸다는 말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6개월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준다지만 어떻게 금리가 바뀌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고 했다.
최근 펀드나 대출에도 갈아타기 바람이 불면서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이 적지 않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도입된 데 이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발표되면서 이와 연계한 새로운 대출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 이동 1천억원 넘어
지난달 25일 펀드판매회사 이동제가 시행된 이후 판매사를 갈아탄 펀드 규모는 1천억원을 넘어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현재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는 5천426건, 1천3억원이었다. 하루 평균 286건꼴이다. 특히 19일에는 시행 후 최대 건수인 462건이 이동하기도 했다. 이동이 가능한 공모형 국내 주식펀드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동양, 대우, 대신, 우리, 삼성, 신한금융투자, 한국, 현대 등 8개 증권사가 판매하는 공모형 주식펀드는 19일 현재 1천191개로 지난해 687개에 비해 73.4% 급증했다. 제도가 더 알려지고 수수료 및 보수 인하가 이뤄지면 이동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주간 이동한 펀드 규모는 이동 가능 펀드의 설정액인 116조2천억원 중 0.09% 수준이다.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 잇따라 출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와 연동된 대출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구은행은 이달 중으로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6개월마다 금리가 변경되는 신규기준 코픽스와 12개월마다 금리가 변경되는 잔액기준 코픽스 등 2종류가 도입될 전망. 대구은행은 타 시중은행들의 금리 수준을 감안해 대출금리를 적용한다는 복안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기존 대출금리보다는 다소 낮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기존의 CD금리 대출을 사용할 경우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코픽스 대출로 전환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금리보다 금리가 0.1~0.4% 포인트 낮은 'IBK 코픽스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만기 2년 이상일 경우 연 5.0~5.8%로 CD연동 대출금리보다 0.2%p 낮다. SC제일은행이 내놓은 '뉴퍼스트홈론'의 경우 대출 금리는 5.08~6.18% 수준으로 CD연동 대출금리에 비해 0.1%p 낮다. 또 금리변동 주기가 6개월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다.
◆갈아탈까, 말까
코픽스는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안정성' 혜택이 더 크다. 91일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기존 방식에 비해 장기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변동 위험이 적은 것. 따라서 금리 상승기에는 코픽스 대출이 유리하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인하 폭은 CD 연동 대출이 더 크다. 2008년 이전에 은행 가산금리가 1.5% 수준이었을 때 대출을 받았다면 추세를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고, 지난해 가산금리가 3% 수준일 때 변동금리대출을 받았다면 코픽스 대출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단 근저당설정비와 시가평가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면제 여부는 해당 은행에 확인해봐야 한다. 변동성이 작은 잔액 기준은 금리 상승기에, 신규 취급액 기준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금리 하락기에 유리하다.
펀드 판매사 이동은 판매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되고 해외주식형펀드와 세금우대펀드 등의 이동이 가능해진 이후에야 활기를 띨 전망이다. 판매사를 이동할 때는 자신의 투자 원칙이나 관리 방식과 궁합이 맞고, 1대1 전담 서비스 등 사후 관리에 충실한 판매사를 고려해야 한다.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허수복 부센터장은 "판매사 이동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산 관리 시스템의 정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수익률 증대보다는 펀드 관리 방식을 잘 비교해서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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