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인가? 억울한 피해자인가?'
탈레반 활동을 한 혐의로 22일 구속된 파키스탄인 J(31·본지 22일자 6면 보도))씨의 진면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J씨가 이슬람 성직자와 사회 봉사 활동가라는 겉모습 속에 이슬람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지하드(聖戰·성전)를 선동했다고 밝혔으나 신도들은 '순수한 성직자일 뿐'이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무슬림 대부였는데….
J씨가 2003년부터 머문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이슬람사원 신도들은 그에 대해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200~3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신도들에게 그는 무슬림 대부나 다름없어 보였다. 신도들은 "그가 탈레반이라는 사실을 절대 믿을 수 없다"며 "그가 테러리스트일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지난 6년간 대구에서 보낸 행적을 보면 신도들의 말에 수긍이 간다. J씨는 대구 이슬람사원의 유일한 이맘(성직자)이었다. 한-파키스탄 친선교류회 회장을 맡아 대구 이슬람공동체 정착을 이끌었고, 국내 기업인과 활발히 교류했다. 신도들에 따르면 그가 해마다 여는 기업 교류 행사에는 한국무역협회 지역 임원과 유명 기업인까지 참가했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그의 기부 행위다. J씨는 2008년 한국이슬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복지재단을 통해 지난해 초 팔레스타인 난민 돕기 성금을 대구 적십자사에 전달했고 최근에는 아이티 난민 돕기 모금까지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들은 2, 3년 전부터 J씨에 대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변함없는 믿음을 보였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인권 침해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신도들은 "대구에는 부인 등 J씨의 가족이 살고 있다"며 "J씨가 무사히 풀려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하드 전사일까?
그러나 경찰 조사 내용은 신도들이 전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경찰은 "J씨가 국내에서 '지하드'를 선동했다"는 제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이맘 신분을 활용해 이슬람권 국가 출신 유학생들에게 지하드를 찬양·선동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J씨가 탈레반의 지시에 따라 이맘으로 위장한 채 지하드를 선동했다면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경호·경비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그의 국내 행적을 정밀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씨가 실제로 국내에서 지하드를 준비했다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반이슬람권 국가들의 정상을 겨냥한 테러 등을 모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될 G20을 앞둔 상황에서 테러 혐의점이 있는 제보는 반드시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J씨가 국내 미군기지를 정탐하고, 마약 밀수출을 통해 탈레반에 보낼 자금을 마련했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J씨가 혐의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고, J씨의 신상 자료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J씨가 파키스탄 북서부의 스왓(탈레반 거점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방 정부를 통한 확인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지하드(聖戰·성전)
이슬람교에서 신앙이나 원리를 위한 투쟁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로는 이슬람 기치를 내건 테러행위로 오용되고 있다. 극단적인 이슬람 단체들이 지하드를 앞세워 이란·팔레스타인·레바논·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으며, 종종 서방국가에서 테러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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