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청 경무과 홍석운(49) 경위는 한 달에 두 차례씩 '씨네 키드'(Cine Kid)로 변신한다. 대구청 '포돌이 시네마' 운영자로 활약하기 때문이다. 필름을 이어 붙이고 영사기에 장착한 뒤 마지막 상영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 2006년 8월 15일 '한반도'부터 시작해 모두 70개 영화 필름이 홍 경위의 손을 거쳤다. 덕분에 1만6천여명의 경찰 동료와 가족들이 달콤한 영화 삼매경에 빠져들 수 있었다.
포돌이 시네마는 김석기 당시 대구경찰청장이 대구에서 영화관을 운영하던 강용석씨(영화감독 강우석의 형)에게 부탁해 시작했다. 자연스레 전기 분야 자격증을 가진 홍 경위에게 영사기 작동 특명이 떨어졌다.
"영사기사들한테 과정을 전수받는데 얼마나 어렵고 긴장되던지…."강당 영사실에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필름을 끼워 보이던 홍 경위가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자격증 시험까지 도전했다. 대구에서 필기시험을 무난히 통과, 서울에서 실기시험까지 거쳤다.
처음 배우는 영사기 작동인지라 어려움이 없었을 리 없다. "하루는 영화 상영 20분 전에 영사기 1대의 램프가 고장이 난 겁니다. 1대로 필름을 갈아 끼우고 상영을 계속하려면 적어도 7분은 걸리는데 어떻게 할지 난감하더군요. 영화 대신 음악을 틀어놓고 영사기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괜찮더군요."
홍 경위는 기억에 남는 영화로 '일본 침몰'과 '괴물'을 꼽았다. 4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든 작품이었다. 홍 경위는 "동료 직원들의 선호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고르는데 아무래도 평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액션물을 위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홍 경위는 영사기뿐만 아니라 재주가 많다. 정보통신유선설비기사, 아마추어무선사(HAM) 등 자격증이 한두 개가 아니다. 사회체육지도자, 체육실기교사 자격증까지 있다. 고교 시절 시작한 태권도는 현재 6단으로 3월 7단 승단 심사를 앞두고 있다. '무도는 끝이 없다'며 프로격투기(4단), 합기도(2단), 우슈도 연마하고 있다.
홍 경위는 대구 경찰청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1997년 수성구 지산동 현 청사 설계 당시부터 관리업무를 했는데 14년째 시경 붙박이로 일하고 있다. 건물을 두루 알고 있는 홍 경위의 경력 때문에 후임자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사무실 벽에 못 하나를 박더라도 직접 망치를 들지요."
청사 앞에 꾸민 조경 자랑도 대단하다. 4, 5월 담장을 따라 피는 장미꽃도 일품이라며 시민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경위는 내년쯤 대구경찰청을 떠나 다른 임지로 가야 한다. 순환근무 지침 때문이다. "나의 청춘과 함께한 경찰청이기에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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