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는 대구의 8개 기초단체 중 정치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이다. 임병헌(56) 남구청장과 배영식 국회의원 간 갈등설이 줄곧 불거졌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남구 원로 당원들도 임 청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갈리는 등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곽성문 전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신학 전 남구청장도 출마설이 나도는 등 선거가 다가올수록 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차기 남구청장 자리를 두고 정쟁만 난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 청장, 한나라당 재공천?
남구청장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임 청장의 한나라당 재공천 여부다. 배 의원이 지난해 발생한 부인과 남구새마을협의회원 간 소위 '김치 투척 사건' 이후 임 청장을 공천에서 배제키로 했다는 소문이 폭넓게 유포됐다. 임 청장도 한나라당 공천에 목을 매지 않고 차선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배 의원이 지인들에게 "남구청장 후보를 물색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배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자신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인재풀을 넓히는 차원에서 부탁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출마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나올 수 있다"며 "나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공천심사위에 모두 맡길 것"이라고 공언했다. 임 청장은 "차선책을 준비한다는 것은 완전히 음해다"며 "반드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것이고, 감도 좋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상황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은 (나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 청장이 남구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율을 가진 탓에 배 의원이 임 청장을 낙마시켜도 대항마를 내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배 의원은 "누가 출마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직은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 큰 지위를 누렸던 인사가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고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듣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틈새를 노리는 인사들
배 의원과 임 청장 간 틈이 벌어지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틈새를 공략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사가 박일환(58) 남구청장 선거 예비후보다. 대구시시설관리공단 전무를 지낸 박 예비후보는 지난 선거에서도 남구청장 공천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박 예비후보는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배 의원이 강조하는 청렴성, 참신성, 주민들로부터 인기 등에 적임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인지도가 낮은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다.
남병직(53) 한나라당 대구시당 대변인도 물망에 오르지만 본인은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신학(66) 전 남구청장도 출마 뜻을 비쳤다. 최근 한나라당 중·남구 당협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이 전 청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으면 출마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서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여론도 만만찮아 출마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이 전 청장 주변 인사들이 공천을 내락받았다는 얘기를 흘리고 다녀 배 의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곽성문(58) 전 국회의원의 역할론이 흘러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친박근혜계인 곽 전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당시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이던 임 청장을 발탁한 인연이 있다. 또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서도 이번 선거에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곽 전 의원은 "임 청장이 공천을 받지 못하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 청장이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로 갈아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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