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 최남단에 위치한(오키나와 제외) 규슈는 부산에서 비행기로 50분, 배로 2시간 50분이면 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일본의 여러 여행지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다.
규슈는 크게 북규슈와 남규슈로 나누어지는데 대부분의 규슈 여행 상품들이 북규슈에 위치한 관광지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흔히 규슈라고 하면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를 비롯해 일본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천 마을 유후인, 아직도 쉴 새 없이 흰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과 세계 최대 규모의 칼데라가 만들어낸 대자연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아소 국립공원, 온천의 고장 벳푸, 일본 속의 작은 네덜란드라 불리는 하우스텐보스 등 북규슈의 관광지만 떠올리게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규슈를 방문하고 있지만 북규슈에 비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남규슈에서는 아직까지 한국인들을 보기 힘들다.
미야자키현은 규슈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 현으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야자수들이 춤을 추는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휴양지이자 신들이 내려와 정착했다는, 일본 건국과 관련된 인물들 대부분의 출발점이 된 신화의 땅으로 유명한 곳으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이자 미지의 여행지다.
#일본 최고 경치 자랑하는 우도신궁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세워져 있는 우도신궁은 일본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신궁이자 미야자키신궁에 모셔져 있는 일본 초대 천황인 진무 천황의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곳으로, 결혼과 순산을 비롯해 악운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전해지고 있어 연일 많은 참배객들이 찾는 곳이다.
바다와 접한 동굴 안에 있어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우도신궁의 본전은 오랜 세월 동안 파도나 바람으로 인해 훼손됐을 법도 한데 신들의 보호 덕택인지 한번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운다마(運玉)라는 구슬을 파는데 구슬에 자신의 소원을 담아 거북이 모양의 바위 위 움푹 파인 곳에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으로 던져야 한다.
또한 동굴 내부에는 순산 신앙의 대상인 젖무덤 암석인 오치치이와(お乳岩)가 있어 여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만든 오치치아메(お乳飴)를 먹으면 모유가 잘 나온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민감한 신사 관련 문제다. 일본 내 수많은 신사들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을 꼽으라면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는 야스쿠니신사를 들 수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전쟁 중 일본을 위해 죽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신으로 모시고 참배하는 곳으로, 본질만 놓고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2차 세계대전의 주역들은 물론 강제 징용돼 죽은 한국인들까지도 일본을 위해 죽은 신으로 숭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사들은 오래된 나무나 돌, 유명한 학자와 같은 인물들을 신으로 모신 일본 토속 신앙과 관련된 곳으로 신사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안 좋게 볼 필요는 없다. 참고로 우도신궁과 같이 신사 대신 신궁으로 불리는 곳은 천황의 가문을 봉안한 곳이다.
#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 다카치호
미야자키현의 북서쪽 구마모토현, 오이타현과 인접한 깊은 산속에 위치한 다카치호 역시 일본 건국과 관련이 깊은 곳으로 지금도 신화에 등장하는 옛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아름다운 자연, 유서 깊은 신사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지만 최고의 명소는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다카치호 협곡이다. 높이 80~100m의 절벽이 약 20㎞에 걸쳐 이어져 있는 다카치호 협곡은 약 12만년 전과 9만년 전 두번에 걸쳐 분출된 아소산의 용암이 흘러내려 냉각되면서 형성된 곳으로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작용이 반복돼 현재와 같은 V자 협곡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협곡을 따라 산책로가 정비돼 있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다카치호 협곡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으며 협곡의 하류 부근에는 일본 100대 폭포로 선정된 높이 17m의 마나이노타키가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폭포 인근에 있는 보트 선착장에서 보트를 빌려 직접 노를 저어가면서 돌아볼 수도 있는데 아래에서 보는 다카치호 협곡은 위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다카치호 협곡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다카치호신사는 1천900년 전 창건된 신사로 니니기노미코토,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 등 일본 건국 신화와 관련된 신을 모시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경내에는 다카치호신사를 대표하는 800년이 넘은 수령을 자랑하는 삼나무가 참배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매일 저녁 8시부터는 관광객들을 위해 신에게 제를 올릴 때 연주하는 일본 전통 무악 공연인 요카구라가 펼쳐진다.
김종욱(여행가)
[Tip]
# 미야자키 명물 음식
미야자키를 대표하는 명물 음식으로는 방목으로 키워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토종닭 요리인 지토리가 있다. 지토리 외에도 토종닭을 숯불에 구운 후 소금을 뿌려 먹는 야키토리, 닭고기에 튀김가루와 계란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후 타르타르 소스를 얹어 먹는 치킨남반, 부드러운 육질과 맛으로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미야자키 소고기 등이 유명하다.
과일 중에서는 망고가 유명한데 미야자키산 망고는 완전히 익은 뒤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완숙 망고만 출시하기 때문에 당도가 다른 망고보다 월등하다.
# 대중교통 운항 편수 적어
미야자키 시내만 구경한다면 대중교통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미야자키 근교나 다카치호와 같은 시외를 돌아보려면 버스나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운행 편수가 많지 않고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미리 운행 시간을 알아보고 계획을 세운 후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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