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IC를 지나 몇 분쯤 뒤 나타난 추레한 식당. 마주 앉아 갈치조림 정식을 먹던 남성 2명의 말은 이랬다. "그래도 한나라당 아(후보)가 돼야 안 되겠나. 무소속이 뭐 있노?" "아이지(아니지), 그래도 군수가 한 기 얼만데? 군수가 미는 사람이 있다며?"
3선 국회의원과 3선 군수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고령군은 종잡을 수 없었다. 강세를 보이는 후보 2명은 모두 공무원 출신인데 국회의원은 전 사무관을 밀고, 군수는 전 서기관을 밀고 있다. 그래서 각 진영의 체급 평균은 똑같아져 버렸다.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치열해선지 검은 소문이 자욱했다.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곽용환(51) 한나라당 후보는 무소속 정재수(61) 후보를 향해 "이(태근) 군수 얼굴만 쳐다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군수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군정(郡政)을 잘 포장한 사람일 뿐"이라고 각을 세웠다. 다산면장 출신인 자신과 부군수 출신 정 후보가 '사무관 대 서기관' 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솔직히 언론 인터뷰가 달갑지 않다"고 거부감을 표했다.
곽 후보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군 행정은 종합행정인데 기획계장에서부터 서무계장, 군청 과장, 쌍림·운수·다산면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것이 강점"이라는 그는 "저쪽(정 후보)은 도청 산림과에서 근무한 '임업(에 국한된) 전문가'아니냐"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에코워터폴리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그린벨트 등 실현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실무 작업까지는 잘 모르지만 관심은 두겠다"고 했다.
정 후보의 사무실은 고령군청 출입도로 바로 앞에 있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군수와 수화(手話)로 대화할 수 있는 거리"라는 얘기가 흘렀다.
정 후보는 "기초행정과 광역행정은 엄연히 다르다"며 "면장이 무슨 예산 집행 권한이라도 있겠느냐"라고 곽 후보를 겨눴다. 그는 "면장은 나무를 본다면 부군수는 숲을 본다"고 분명한 체급차가 있음을 강조했다.
두 후보는 같고도 달랐다. 둘다 쌍림면 출신이다. 고령중·농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현풍 곽씨와 동래 정씨 문중도 비슷한 규모다. 공약도 ▷정주 인구 늘리기 ▷지역 주민의 실질소득 증가 ▷교육 수준 향상 ▷가야권 문화를 통한 지역 개발 등 마치 말맞추기라도 한 듯 똑같다.
하지만 이인기 의원과 이태근 군수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갈렸다. 두 후보에 관한 흑색선전도 다양하게 퍼져 있었다. '사모님이 벌써 군수 마누라 행세를 하고 다닌다','누가 당선되면 군청 사무관을 다 자를 것이다','군수가 누구를 노골적으로 밀면서 명예군수를 준비 중이다' 등등.
각종 여론조사를 두고도 서로 자신이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령군은 2강1약 구도다. 미래연합 박홍배(59) 후보는 공약으로 살구나무 100만그루 심기, 대가야 왕관 찾기 운동 등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살구꽃 축제, 살구씨 기름과 화장품·목탁 등을 세계 속에서 상품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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