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밭 현장]문경시장…경찰수사 이후 시·도의원도 '申風' 영향권

문경시장 선거는 무소속 신현국 후보가 경찰수사를 받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더욱 결집돼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독주 현상을 보여 지역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회의원과 시장 간의 갈등이 申風(신현국 바람)을 부르고 있다는 풀이다.

신풍은 문경시장 선거에 그치지 않고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의 무소속 바람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문경은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당선자를 가장 적게 내는 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다소 이른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 주말인 22일과 23일 기자가 찾은 4명의 시장 후보 유세현장에서는 지역 정치권의 이전투구식 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김현호 후보

막판 역전을 노리는 한나라당 김현호 후보의 유세는 이한성 국회의원이 동행했다. 세가 밀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참신성을 무기로 지역화합과 변화를 부르짖는 김 후보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 후보의 보궐선거 가능성을 집중 언급하면서 안정과 화합을 갈구하는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만회돼 가는 분위기여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과 경찰을 넘나들며 조사를 받는 등 문경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사람을 다시 시장에 당선시켜서야 될 일이냐"면서 "깨끗하고 경쟁력 있는 젊은 CEO출신인 김현호를 선택하는 냉철한 판단을 해 줄 것"을 호소했다.

40대 곽모씨는 "신현국 후보가 당선되면 경찰수사와 이한성 의원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돼 지역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은 뻔하지 않느냐"며 "지지율은 뒤지고 있지만 유일하게 국회의원과 손발을 맞춰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김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중앙당 고위 인사들이 25일 문경을 찾아 지원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무소속 신현국 후보

매일 오후 7시 30분 삼일극장 네거리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신현국 무소속 후보의 야간 유세 현장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골고루 모이고 있다. 마치 선거에서 이긴 후 벌이는 축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다.

40대 주부인 이모씨는 "아무리 사람이 미워도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을 우격다짐으로 공천을 방해할 수 있느냐"며"한나라당이 마음에 안 들어 무조건 무소속을 찍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의 유세현장에는 경북도의원 문경 제1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호건 후보와 제2선거구의 채희영 후보, 기초의원 다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고오환 후보 등 무소속 후보들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연설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김호건 후보는 유권자들 사이에 '헐크 호건'으로 불리며 '신풍'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후보는 "한나라당은 내가 안 버렸고, 공천을 안 주니까 무소속으로 출마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시 뽑아주시면 세계군인올림픽 유치와 지역화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고재만 무소속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지역화합을 이루지 못한 이한성 국회의원, 박인원 전 문경시장, 신현국 후보 모두를 문경에서 떠나라고 해 관심을 모았던 3선 시의원 경력의 고재만 무소속 후보는 기존 정치권 물갈이론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고 후보는 "이제는 지역 정치권 공방에서 자유롭고 지역을 잘 아는 토박이 후보가 시장을 맡아야 된다"면서 "한나라당의 공천 과정은 시민은 안중에도 없었고, 시민이 되레 지도자들을 걱정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40대 여성은 "고 후보는 3선 시의원을 하는 동안에 꾸준하게 주민들과 만남을 가져온 순수 토박이 후보"라며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이 보기 싫어 성실하고 믿음직한 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임병하 무소속 후보

경찰서장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놓고 한나라당 공천에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갑자기 선거판으로 뛰어든 임병하 무소속 후보는 이한성 의원과 공천을 둘러싸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처럼 주민 반응도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한 50대 주민은 "임 후보는 소위 이한성 의원의 청탁수사 의혹과 신 후보 표적수사 의혹에 대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은 "임 후보는 이한성·신현국 싸움에 희생양이 됐다"며 "이들 두 사람의 알력이 너무나 크게 주민들한테 대두되는 바람에 지역 화합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임 후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문경은 민선 자치가 시작되면서 선거 때문에 일가친척까지도 갈라서는 등 지역 분열양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경찰서장 33년 경험으로 갈등을 씻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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