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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음주문화 살인적 강압적 군대문화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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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여성학세미나 강연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

지난달 말, 충주대 물리치료학과 금모(20)씨가 자취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선배들의 강요에 따른 과음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족들의 진술에 따르면 몸무게 37kg인 금씨가 20여분 동안 마신 소주는 무려 세병 반이나 된다고 한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져, 한 포털사이트에는 술을 강요한 선배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는 서명운동까지 펼쳐지고 있다. 이달 18일 열린 계명여성학세미나에서 '캠퍼스의 여성들'이란 주제로 강연한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학과 교수는 캠퍼스의 음주 문화가 의외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어떤 학과는 술 잘 마시는 것을 전통으로 삼아 소주 페트병을 입에 꽂고 테이프를 붙인 채 마시게 합니다. 여성들도 예외가 아니죠."

그는 강연에서 2008년 우리나라 25개 대학 재학생 2천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대만의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만은 한국과 사회정치적 상황이 비슷해 자주 비교 연구가 진행되는 나라다. 그 결과 주 1~2회 술자리를 갖는 한국 대학생은 전체 조사 대상의 56%이지만 대만 대학생은 8%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주 2~3회 술을 마시는 대학생이 우리나라는 19%, 대만은 3%다. 이 밖에도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져본 경험(한국 80.4%, 대만 37.3%), 분위기 흐리는 술주정 경험(한국 66%, 대만 18.8%), 강제로 술 먹이는 경험(67.5%, 대만 28.5%) 등 큰 차이가 났다.

"대만에 가니 대학교 근처에 술집이 없더군요. 저녁 시간에 대만 대학생들은 남녀가 같이 섞여 탁구, 배구 등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여서 깜짝 놀랐죠. 저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군대 문화를 꼽고 싶어요."

나임 교수에 따르면 대만은 학습권 보호를 위해 99%가 대학 졸업 후 군대를 가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군대 경험을 통해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퍼지고 나이, 경험이 이질적인 그룹이 되면서 위계질서가 형성된다는 것. 강압적으로 술 권하기, MT 등 군대 문화 및 용어가 캠퍼스에 일상화되면서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입대하는 방식을 사회 전체가 고려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민주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조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죠."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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