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5시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붉은 티셔츠 일색인 붉은 악마 응원단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한국대표팀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 있다'는 이들은 '12번째 태극전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응원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이들에겐 열정, 정열…, 뜨거운 그 무언가가 있었다.
이날 붉은 악마의 응원 준비물은 의외로 단출했다. 거꾸로 뒤집혀 있는 파란색 쓰레기통, 북 7개와 종이 태극기 3천개, 두루마리 휴지가 응원도구의 전부였다.
경기 시작 10분 전. 대구스타디움 전광판에 태극전사가 입장하는 모습이 나오자 붉은 악마 배호영(28)씨와 이은노(24) 응원팀장이 눈빛을 교환했다. "오오~오오오오오~." 개선행진곡 선율을 딴 응원가를 힘차게 불렀다.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이 나올 땐 "우~"를 외치며 야유를 보냈지만 아르헨티나 국가가 흘러나오자 양손으로 'X'자를 만들었다. 어떤 잡음도 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루마리 휴지가 2층 객석에서부터 커다란 함성과 함께 날아왔다. 김유리(24·여)씨는 "휴지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무르익을수록 응원함성은 점점 커졌다.
전반 17분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에 이어 추가 실점이 이어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은노 응원팀장이 다급하게 "2번"을 외쳤다.
갑자기 경기장에 '오!필승 코리아'가 울려 퍼졌다. 이씨는 '오! 필승 코리아'는 분위기가 처질 때 부르는 곡이다.
전반 종료 2분을 앞두고 이청용 선수의 첫 골이 터지자 이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붉은 악마들은 수건을 돌리며 '젊은 그대'를 소리높여 불렀다.
객석 앞에서 응원을 이끄는 붉은 악마들은 계속 눈빛과 손짓을 주고 받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북을 치는 이도, 깃발을 흔드는 이도,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박자를 맞추려 애썼다. 하프타임 때 붉은 악마 '간부급 회의'에선 "막대풍선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김은희 회장은 "엇박자를 만들어내는 막대풍선은 우리의 적"이라며 "월드컵 거리응원 한국 후원사가 나눠준 파란색 막대풍선 때문에 시민들과 한목소리로 응원하기 힘들었다"며 아쉬워했다.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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