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허탈하죠. 올해는 제대로 수확을 하나 싶었는데…. 나무 한그루라도 더 살리려면 열심히 복구를 해야죠."
18일 오후 고령읍 지산리 한 블루베리 농장. 베리힐즈 영농조합 김상일(40) 대표는 흙탕물을 뒤집어 쓴 블루베리 줄기와 잎을 분무기로 일일이 씻어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채 고꾸라져 있는 블루베리 나무를 한그루라도 더 살리기 위해 물로 씻어내는데 안간힘을 쏟았다. 그냥 놓아두면 며칠 안에 나무가 말라죽기 때문이다. "블루베리는 새 가지에 열매를 달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나무를 살려야 해요. 오랜 시간 침수돼 뿌리가 어떨지 걱정이 됩니다. 유기농으로 전환 중이라 살균제 등 농약도 치지 못하고 나무를 일으켜 세워 물로 씻어내는 것이 고작입니다."
8천200여㎡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블루베리는 7년생 2천500여 그루. 김 대표는 "지금까지 50%가량 수확을 했다"며 "앞으로 500㎏~1t 정도는 거뜬하게 수확할 수 있는데 이번 비로 농사를 망쳤다"며 한숨을 지었다.
김 대표는 이번 피해 원인을 농장 바로 위쪽에 위치한 큰골천 제방 붕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집중호우로 제방 10여m 정도가 붕괴돼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밀려와 농장을 덮쳤다는 것. 김 대표는 "이웃 피해 농민들과 보상문제를 상의하겠다"고 했다.
큰골천 제방 붕괴는 김 대표 농장뿐만 아니라 근처 딸기 묘목장과 철갑상어 양식장에도 피해를 줬다. 최순길(69) 씨의 비닐하우스 딸기 묘목장 4천여㎡가 초토화됐으며, 이웃해 있는 철갑상어 양식장도 물이 범람해 큰 피해를 입었다.
16일 밤과 17일 새벽 사이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돼 158㎜의 폭우가 내린 고령 지역은 농작물 피해는 물론 교각이 붕괴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곳곳에 피해를 봤다.
특히 강우량 213㎜를 기록한 운수면 운산1리에서는 철거를 앞두고 있던 마을입구 폭 4.5m, 길이 21m 큰구름교가 집중 호우로 붕괴돼 마을 주민들이 1㎞ 정도 떨어진 다리를 이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세천변 도로 10여 군데가 유실돼 19일 오전 현재까지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농경지 4.1ha가 매몰되고 벼, 참외, 호박, 딸기묘목장 등 73.1ha가 침수됐다.
고령군은 17일 오전 전 공무원에게 비상근무령을 내려 하루종일 복구작업을 벌였다. 군청 관계자는 "우선 급한 것부터 응급조치를 하고, 농작물 피해 등은 피해상황을 집계한 뒤 보상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98㎜의 집중 호우가 내린 성주군에서도 농경지가 매몰되고,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170㎜의 강우량을 기록한 용암면과 선남·수륜면 지역 180여ha에 이르는 참외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고령 성주·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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