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고 신인 오정복 '행복한 늦깎이 반란'

올 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삼성라이온즈 외야수 오정복(24) 선수도 중고 신인이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주로 2군에서 뛰었다. 올 프로야구에서 오 선수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올 시즌 1군 무대 데뷔 게임이었던 5월 2일 한화와의 대전경기에서 동점과 역전 홈런을 잇따라 쏘아 올리며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그의 등장은 화제를 모았다.

프로야구 선수로는 작은 체구(176㎝, 72㎏)에도 불구하고 파워풀한 배팅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는 그가 팬들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2군에서의 담금질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 선수는 "2군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과 게임을 소화하다 보면 정신무장도 되고 볼 배합을 읽을 수 있는 능력도 길러집니다. 고교나 대학을 막 졸업한 신인이 1군 경기에 바로 서면 긴장이 돼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2군을 거친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많이 펼치는 이유입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2군 경험을 가진 선수가 2군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보다 롱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야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도 강하기 때문입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오 선수는 페이스가 주춤하면서 신인왕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3할을 넘었던 타율이 2할8푼대로 떨어졌습니다. 더워지면서 집중력이 떨어져 나쁜 공에 손을 많이 댄 것이 원인입니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처럼, 신인왕 경쟁도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습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오 선수에게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다. 대답은 약간 뜻밖이었다. 기라성 같은 삼성라이온즈 출신도 아니고 같은 외야수도 아닌 SK 2루수 정근우 선수를 꼽았기 때문이다. "정근우 선수 야구하는 것을 보면 야무지게 합니다. 승부 근성도 뛰어납니다. 야구 똑 부러지게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오 선수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알 켈리의 'I Believe I Can Fly'다. 야구를 향한 신념대로 그가 비상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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