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CNG)버스 기사들까지 운행 거부 얘기가 나올 정도로 CNG버스에 대한 업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버스점검 현장에 가보니…
"가스누설점검기가 없으니 비눗물이라도 뿌려서 확인해야지."
11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갈산동 S버스업체 정비소. 안전관리자가 가스 충전을 마친 천연가스버스의 연료주입구를 열었다. 속에는 일렬로 자리한 파란 가스용기 7개가 두 개의 관으로 연결돼 있었다. 겉 표면의 먼지를 닦아내고 밸브 누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이 누설점검이지 밸브에 비눗물을 뿌린 뒤 거품이 생기는지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안전관리자는 "대구 버스업체 중에 가스누설점검기를 갖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며 "사고가 날까봐 일일이 비눗물을 뿌려서라도 이상이 없는지 봐야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찾은 S버스업체도 형식적인 안전점검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김모 사장은 "밸브 누수야 어떻게든 확인할 수 있다해도 용기 이상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다"며 "밸브에 이상이 생겨도 우리가 직접 수리할 수 없어 가스공사나 용기제조업체에 의뢰해야 할 만큼 안전준비가 열악하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는 시내버스 폭발사고 소식을 접한 뒤부터 가장 오래된 CNG버스 1대의 운행을 중단했다. 문제의 차량은 가스용기를 모두 해체한 뒤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작업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시내버스업체들은 정기적으로 용기를 해체해 정밀검사를 할 수 있도록 시와 가스공사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대구시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 한국가스안전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가 실시한 '대구 시내버스업체 안전관리자 교육'에 참가한 40여 명의 안전관리자들은 교육내용에 불만이 가득했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교육 내용은 CNG와 LPG의 차이, 가스용기 압력의 위험성, CNG버스 사고 사례 등이 대부분으로 안전점검을 위한 새로운 방안이나 대책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교육을 듣던 이태석(59) 씨는 "버스 제원이나 사고 등은 우리도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며 "새로운 점검 방법이나 사고 발생시 대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줘야 불안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구시 대책 허둥지둥
수년간 CNG버스를 몰고 있다는 기사 A 씨는 "이제껏 CNG버스를 운전하고 있지만 한 번도 연료계통을 점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대구는 상수도 배관 공사 등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이 많은데 가스통 7, 8개를 싣고 다니는 노후 버스가 과연 안전할까라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울시와 달리 대구시 CNG버스 안전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공영 차고지를 방문, 버스 폭발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버스 가스용기 분리 검사를 의무화하고 버스회사마다 정밀점검용 기기를 마련토록 했다.
또 가스통 검사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폭발 버스와 같은 시기에 제작된 가스용기를 장착한 버스 120대의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고, 2002년 말 이전에 출고된 버스 800여 대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가스 용기를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대구시는 눈에 띄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CNG버스의 연료통 유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구체적인 점검 계획과 향후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는 점검 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버스 업체에 공문을 보내 자체 안전점검을 지시하고 버스 업체 안전 관리자를 대상으로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회의를 거쳐 CNG버스 종합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며 "우선 각 회사별 CNG버스 연료통 유형을 파악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대대적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상준·노경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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