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허깨비를 보는 것 같은 때가 있다. 생각지도 않은 사건에 휩쓸리게 돼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이 전개되기도 한다. 자신이 가야 할 자리에 실력 없는 사람이 앉게 되는 경우를 당할 때 이용당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능력은 뒷전이었고, 인간관계로 결정된 것을 알았을 때 세상의 불공평을 체험하는 경우다.
희생되는 것과 희생자로 느끼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분한 마음이 강해질수록 일상의 모든 것을 다시 끌어안아야 한다. 실패 때문에 체념하기보다 실패를 교훈으로 삼는 것이 우리에겐 더욱 필요하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 말대로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에게 해 주더라도, 남을 판단하여 그대로 해주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도와주고도 욕을 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남을 존중하고, 남이 무엇을 바라는지 신중하고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진정한 인사를 들을 수 있다. 하물며 남을 잘못 판단해 모든 허물이나 탓을 그에게 돌려야 할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자칫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억울한 사람 등을 너무 쉽게 판단해 그들을 더 슬프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의 잘못에 눈을 돌리고, 남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반성해야 한다. 타인이 잘못했을 경우 즉각 그를 심판할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사람과 사람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심난'한 일로 인해 '심란'할 때가 많다.
"오후에 심난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돌아오니 사제 탄생 첫 미사에서 간절히 기도했다는 실비아 씨의 이메일이 들어와 있어 너무나 감사했다." "아무튼 조만간 공들여 가꾼 정원을 뒤엎고 지하수 물길을 다시 트는 공사를 시작해야 하니 심란한 요즘이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 나오는 '심난한 마음으로'와 '심란한 요즘이다'에서 '심난한 마음으로'는 '심란한 마음으로'의 잘못이다.
'심란(心亂)하다'는 마음이 어수선하다라는 뜻으로 비슷한 말로 '심산(心散)하다'가 있다. "그녀의 마음도 낙엽들이 우수수 깔린 을씨년스러운 거리처럼 심란해 있었다." "마음이 심란하여 일이 손에 안 잡힌다."로 쓰인다.
'심난(甚難)하다'는 매우 어렵다는 뜻으로 비슷한 말로 '지난(至難)하다'가 있다. "새로 산 아파트에 들어서면서 아버지는 심난했던 지난날이 생각나시는지 눈시울이 붉어지셨다."로 활용한다.
'심난'하지 않게 좀 쉽게 살아가는 지혜가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한 마음만 더해져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 편히 잠 좀 자고 싶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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