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난리를 겪으면서 화병까지 생겼으니 비만 오면 불안할 수밖에 없지. 이젠 양수기가 있어 괜찮겠지만 언제까지 저것에 의존할 수도 없고…."
이른 아침부터 이종술(74·여) 씨는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비가 온다는 이유만으로 온 신경이 곤두서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한 탓이다.
6일 오후부터 밤새 70㎜의 비가 내린 대구는 태풍 '말로'의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뜬눈으로 밤을 지샌 이들이 있다. 7월과 8월 내린 호우로 잇따라 마을이 두 차례나 물에 잠기면서 발만 동동 굴려야했던 대구 북구 노곡동 주민들이다.
빗방울이 가늘어지기 시작한 7일 오전 7시 40분. 태풍의 진로와 바깥 날씨를 번갈아 확인하다 이른 아침 동네를 나선 마을 주민들은 비 피해가 없다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비가 그칠 때까지 마음을 못 놓는다"는 한 주민의 말처럼 창문을 열어두고 힐끔힐끔 바깥을 내다보는 눈길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노곡동은 지난 달 16일 내린 비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가재도구가 한 눈에 들어오고 물에 잠겼다 폐차 처리되지 않은 차량은 흙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시선을 옮기자 혹시나 모를 침수에 대비한 마지막 보루로 12대의 양수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수억원을 들여 설치한 제진기 옆이었다.
수퍼마켓 앞에서 하늘만 쳐다보던 손여호(26) 씨는 "태풍이 온다기에 기상청 사이트를 통해 4번씩 날씨를 확인했다"며 "어제는 가게의 물건을 차에 싣고 왔다가 비가 온다는 소식에 물건을 진열하지 않고 그대로 집에 뒀다"고 말했다.
6일 밤부터 노곡동 현장은 대구시·북구청 공무원, 시공사·감리단 인력 10여 명이 양수기를 점검하는 등 피해 방지를 위한 시간대별 순찰에 나서고 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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