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울림-①진단과 치료] 내 귀에 이상한 소리…치료시기 놓치면 우울증까지

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대한이과학회는 최근 이명(귀울림)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명 원인과 진단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최근 급증하는 난청 환자를 위한 자가진단법 및 재활방법을 밝혔다. 소리를 듣는 소중한 기관인 귀의 소중함을 알리는 동시에 1)이명의 진단 및 치료 2)난청과 보청기 3)소음성 난청 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1)이명의 진단 및 치료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 없이 귀 또는 머리 속에서 느끼는 이상 음감'을 말한다. 무의미한 소리로 귀뚜라미나 매미 소리, 금속성 기계음, 바람소리 등으로 흔히 나타난다. 완전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평소에 이명을 느끼지 않던 사람도 94%까지 이명을 느낀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가끔 이명을 느끼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속적인 이명이나 수면, 일, 집중 등을 방해하는 심각한 이명으로 인해 괴로움을 느낄 정도가 되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이명의 범주에 들어간다.

◆자각적 이명이 80~90%

이명을 발생 원인에 따라 알기 쉽게 분류하면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달팽이관부터 청신경, 청각 중추까지 청각로에서 발생하는 이명으로 '감각신경성 이명' 또는 '자각적 이명'이라고 부른다. 자신에게만 들리는 이 이명은 전체의 80~90%를 차지한다. 둘째는 귀 근처 혈관의 피흐름, 근육 경련 등으로 자기 숨소리나 말소리가 울려 들리는 경우다. 검사자가 적절한 기구나 검사법으로 환자가 느끼는 이명을 직접 듣거나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체성 소리' 또는 '타각적 이명'이라고 부른다.

'자각적 이명'은 달팽이관 노화로 인한 난청, 내이 질환, 청신경 종양 등이 있을 때 보다 흔히 발생한다.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이명이 완전히 사라진다. '타각적 이명'은 10~20% 정도의 이명 환자에 해당된다. 경우에 따라 원인이 되는 혈관이나 근육, 혈관성 종양에 대한 수술로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

◆심한 경우 우울증, 불안증 낳아

이명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갖게 되면 증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과적 문제도 낳을 수 있다. 1990년에 들어서 영국의 자스트레보프(Jastreboff) 박사가 신경생리학적 모델을 발표한 뒤 이명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전까지의 치료가 이명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려 했다면, 현재는 이명의 발생과 관련된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청신경계 이상신호를 이명으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과정을 교정하려는 '이명 재훈련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80%의 환자에서 이명이 나아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먼저 초기 면담 및 환자 평가를 통해 어떤 이명을 갖고 있으며, 주관적인 불편함을 표현하는 설문 과정이 이뤄진다. 이명과 동반된 중대 질병이 있는지도 판단하고, 청각 검사를 통해 동반된 난청의 유무와 정도도 알아본다. 결과에 따라 환자들은 각기 다른 그룹으로 분류돼 그룹별 특성에 맞춰 재훈련치료가 이뤄진다.

◆이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

최근 국내 보고에 의하면 이명 재훈련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이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상담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상담 후 환자들은 이명에 대한 자각도가 30% 이상 호전됐다. 이후 이뤄지는 소리치료 과정은 백색 잡음을 발생시켜 이명을 습관화하는 소리 발생기, 난청이 동반된 경우 착용하는 보청기 치료 등이 포함된다. 이 밖에 생활 환경음, TV, 라디오, 음악 등을 이용해 이명 인식을 감소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이명 재훈련치료는 6개월~2년가량 3개월 간격으로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환자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추적 상담을 통해 80%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대한이과학회 측은 "이명을 올바로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사 모두 이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대한이과학회, 경북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상흔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