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립학교 재단 비리 철저하게 밝혀야

대구의 한 사립 교육 재단이 교사 채용을 미끼로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이 사립 재단이 사립학교법상 금지된 학교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이 사립 재단은 계약서에 재단이사장이 요구하는 교사 2명을 채용하고, 이를 어기면 3억 원을 보상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더 나아가 잔금 지급 전이면 몇 명의 교사를 더 채용하더라도 양수자가 적극 동의할 것을 명시하려다 양수자와의 의견 차이로 결국 매각이 결렬되면서 불거졌다.

이번 사건은 사립 교육 재단 비리의 극치를 보여 준다. 불법 매각 시도에다 교사 채용 비리를 넘어 마지막까지 교사 채용을 미끼로 장사를 하고 손을 털겠다는 속셈을 보인 것이다. 그나마 양수자가 이를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을 뿐이다. 이번 사건도 재단의 무리한 요구가 없었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묻혔을 것이다.

교사 채용과 관련한 사립 교육 재단의 비리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취직난이 가중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재단이 요구한 것으로 보아 교사 채용이 억대에 거래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은밀한 금품 수수는 검찰이나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로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이 재단만 하더라도 각종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말 경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사실 사립 학교 재단은 이사장의 왕국과 같다. 비리로 처벌을 받아 이사장이 퇴진해도 부인이나 자식 등 친인척을 이사장으로 선임해 놓고 자신은 상왕(上王) 노릇을 하는 사례도 공공연하게 볼 수 있다.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불법으로 매각해도 슬그머니 이사장만 바뀌기 때문에 별다른 법적 제재도 받지 않는다.

대구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기기로 했다. 감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파헤쳐 불법 매각에 관련해서는 양도자와 양수자를 쌍방 처벌해야 한다. 이들은 모두 학교 교육을 하나의 장사 수단으로 보고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사고파는 것이다. 또 수사 범위도 비리 의혹이 있는 사립학교 재단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재단의 각종 비리는 이사장 배만 불릴 뿐 학교와 학생, 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에게 해악을 끼친다. 수사기관의 결연한 비리 척결 의지와 이에 따른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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