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해운대 우동에서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우신골든스위트)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하면서 대구지역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대형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내에도 10여 년 전부터 초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화재가 날 경우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대형 참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 대구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초고층 아파트들은 필수적인 소방 장비가 아예 갖춰지지 않은 것은 물론 방재시설도 취약해 화재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실태다.
◆커지는 불안감, 무기력한 소방 장비=28층에 집이 있는 박혜민(25·여·수성구 범어동) 씨는 부산 화재 사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씨는 "4층에서 난 불이 어찌 그렇게 빠른 속도로 38층까지 번졌는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고급아파트라고 해도 화재 앞에는 별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0층에 살고 있는 이명숙(47·여·북구 침산동) 씨는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5년째 살고 있지만 부산 화재 사건을 보니 불안감이 엄습해온다"고 했다.
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모두 98개 동.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거주 밀도가 높아 화재 가능성이 높고 조망권을 위해 창을 확대했기 때문에 불길이 손쉽게 위층으로 번져 큰 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고층의 경우 구조인력 진입이 힘들어 화재 진화에도 한계가 있다. 소방차 고가사다리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는 건물 절반 높이까지도 힘을 쓰지 못한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고가사다리는 52m(17층 높이)가 한계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영향이 커 진화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구소방본부 측은 "실제 고가사다리를 이용해 진화하기에는 15~17m가 적절하다"며 "그 이상 층수의 경우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소방헬기 못 앉는 주상복합아파트=인명구조를 위한 소방헬기의 접근 역시 힘들다. 옥상 가까이 거주하는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설치된 헬리포트에 인명구조용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 지난 2003년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의 경우 11층 이상 건물이면서 총 바닥면적이 1만㎡ 이상이면 가로 세로 각각 22m(최소 15m) 이상의 면적을 갖추고, 이·착륙을 방해하는 난간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가로 세로 각각 10m에 불과하다. 2명 정도를 실어나를 수 있는 작은 헬기의 길이가 13m인 점을 감안하면 착륙은 불가능한 셈. 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98개동 중 단 19개 동이 헬기포트를 갖추고 있다. 그나마 헬기포트를 갖춘 19개 중 3곳은 가로 세로 12m 이하 규모여서 헬기착륙이 불가능해 헬기포트 위 10m에서 안전그물망을 밑으로 내려 구조해야 하는 구조다.
◆대책은 없나=전문가들은 초고층 아파트 화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피난안전구역을 꼽고 있다.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경우 20~25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면 입주민들이 손쉽게 대피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대구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중 피난안전구역을 확보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바뀐 건축법에 따라 황금 SK 리더스뷰(57층)가 29층에 피난안전구역을 확보했다. 현행 건축법은 50층 이상이거나 200m 이상 건물에 한해 피난안전구역을 의무화한 것.
그러나 외국의 경우 피난안전구역 설치가 국내보다 훨씬 엄격하다. 홍콩은 20층마다, 중국은 15층마다 피난안전구역을 꼭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 특별법'을 발의했다. 건축물의 인·허가 전에 '재난영향성 검토'를 사전에 협의하고 재난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피난안전구역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기준도 11층 이상으로 저층 화재의 초기 조치를 힘들게 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측은 "2000년대 들어 16층 이상에서 11층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지만 10층 이하 가구에서 불이 나면 여전히 화재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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