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삼성이 8회 초 천신만고 끝에 1점을 보태며 승기를 잡았지만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8회 말 2사 3루. 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삼성은 1점을 지켜줄 '수호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남은 투수는 3차전 패전의 멍에를 쓴 신예 정인욱, 제구력 난조의 크루세타, 플레이오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권혁, 5차전 선발로 아껴둔 배영수 등이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배영수를 선택했다. 한국시리즈만 5시즌을 소화한 베테랑 배영수의 관록에 모든 것을 건 승부수였다.
배영수는 2006년 5경기에서 2승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87을 작성하며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던 프랜차이즈 간판 투수였다. 그러나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수술 후 직구 최고구속 130㎞ 후반 대의 평범한 투수가 됐다. 명예 회복을 다짐하며 꾸준히 재활에 나선 그의 직구구속은 올 시즌 140㎞ 중반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절묘한 완급조절 능력까지 갖추며 서서히 옛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두산의 타석엔 시즌 타율 0.321에 홈런 22개, 플레이오프에서도 6타수 3안타 타율 0.500을 기록한 강타자 최준석이 버티고 있었다. 쉽잖아 보이는 승부. 배영수는 과감한 투구로 '수호신' 역할을 했다.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후 9회 말 수비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 김현수와 양의지를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의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5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데 이어 가장 위급한 순간 팀을 구한 배영수는 경기 후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니 심하게 떨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배영수는 "그냥 세게 던졌어요. 예전 임창용이 주자가 있으면 무조건 세게 던지라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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