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KTX 통과 도시들 기대와 우려 교차

김천, 수도권 통근 가능…혁신도시 텅빌라·경주, 당일관광 늘어 숙박업소

다음달 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동대구~부산) 개통을 앞두고 새로운 KTX 역사가 문을 여는 김천·경주 시민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교통 편의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 파급 효과 등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사람과 돈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빨대 효과'가 현실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천=김천(구미)역 KTX 정차로 고속철로 김천~서울은 1시간20분, 김천~부산은 1시간5분이 걸린다. 김천(구미)역사 개통이 김천 시민들의 수도권과 부산권까지의 시간 거리를 1시간대로 좁혀놓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적 파급 효과와 주민들의 생활 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천 시민들은 KTX역사 개통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KTX 역사가 김천에 들어서 교통요충지였던 김천의 옛 명성을 되찾게 됐다는 것. 김천(구미)역 개통으로 고속철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크게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역사 인근에 조성되는 경북드림밸리(혁신도시)는 물론 김천 일반산업단지와 구미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에도 KTX 개통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상북도 용역 결과에 따르면 김천(구미)역 개통으로 지역 생산유발효과 2조920억원, 고용유발효과 3만7천500여 명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서울과의 시간,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소비·의료·문화 등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블랙홀' 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지금도 주민들이 쇼핑이나 공연 등 문화·여가활동을 하기 위해 인근 대도시를 찾는 상황에서 서울과 반나절 생활권이 되면 수도권 집중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다 KTX 정차로 혁신도시에 들어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출·퇴근이 가능해져 이주 등으로 도시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걱정도 있다. 혁신도시가 밤에는 사람이 없는 '유령도시'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미=경부고속철도 김천(구미)역 개통을 앞두고 구미에서는 오히려 교통 여건이 나빠진다며 불만의 소리가 높다.

김천(구미)역 개통으로 경부선 구미역에 하루 8회 정차했던 KTX열차 편이 모두 없어지고 경부선의 새마을호 열차 편도 감축되기 때문이다.

기존 경부선 구미역에 운행되는 KTX열차 편은 모두 폐지돼 구미 시민들은 구미 시내에서 승용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김천(구미)역으로 가야 하거나 대전 등에서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구미시는 KTX 김천(구미)역까지 버스 노선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버스 이용시간과 대기시간 등을 감안하면 서울까지 KTX를 이용할 때나 경부선 구미역에서 새마을호를 이용할 때나 소요 시간이 40~50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용 편의 등을 감안하면 KTX가 그다지 큰 장점이 없다는 게 시민들의 여론이다. 구미역에 정차하는 KTX열차 편 폐지는 KTX열차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시 석태룡 건설도시국장은 "구미역에 운행하는 KTX열차 편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코레일은 KTX열차 부족을 이유로 이를 모두 폐지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주=신경주역 개통을 앞두고 우리나라 관광 1번지 경주지역에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TX가 운행되면 경주에서 서울은 2시간5분, 대전은 65분, 동대구는 16분, 울산은 7분, 부산은 23분이 각각 소요된다. 종전 고속버스로 서울까지 4시간, 새마을호 4시간44분, 새마을호를 이용한 KTX 동대구 환승에 3시간5분이 소요되던 데 비하면 크게 단축되는 것이다.

수도권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들어오면서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주 시민 김은미(46·경주시 성건동) 씨는 "수도권에서 열리는 양질의 고급 문화시설을 하루 만에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KTX 개통을 앞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관광 활성화 부분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우선 관광업소 가운데 숙박업소는 큰 타격이 예상된다. 골프장 등 레저시설이 많은 경주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 많은 골퍼들이 '골프관광'을 즐기고 있는데, 이 같은 레저 수요들이 모두 당일 일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숙박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관광1번지인 보문지역은 숙박을 겸한 각종 세미나와 국제회의 등이 활발히 펼쳐지지만 KTX 개통으로 수도권과 하루 생활권이 되면서 '머무는 손님'보다 '스쳐가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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