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2층짜리 건물은 외관도 멀쩡하고 고작 1층에 있는 사무실 5평만 불에 탔는데 왜 10명이나 숨졌나?"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참사는 최초 화재 신고자의 초동 조치가 미흡한 데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증 환자인 탓에 불은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무려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를 가장 먼저 목격한 당직 요양보호사 C(63·여) 씨는 12일 오전 2시쯤 일어나 순찰을 돌고 난 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던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목격했다. 당황한 C씨는 불이 나자 곧바로 119로 신고하지 않고 50m 떨어진 바로 옆 포스코기술연구소 제품실험동 경비실로 달려가 화재 사실을 알리는 바람에 진화가 늦어졌다. 또 비치된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 진화를 하지도 못했다.
요양원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혼자 움직일 수 없는 70대 이상 중증 환자들인 것도 인명 피해가 커지는 원인이 됐다. 특히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층에 입원한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의 증증 환자들이었다.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었지만 사망자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2층에 입원한 거동에 무리가 없는 환자들은 모두 무사히 빠져나온 반면 1층 환자들은 당직 요양보호사가 데리고 나온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에 질식돼 숨졌다.
이곳에 입원한 환자들은 모두 1~3급 장애등급을 받은 중증 환자들이었다. 사망한 1층의 환자들은 치매와 중풍 등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요양센터 관계자의 얘기다. 화재가 난 1층 입원실에서 출구까지는 직선거리로 불과 10m도 되지 않는데도 피해자 대부분이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가 난 요양센터가 화재를 견딜 수 있는 내구재로 마감돼 있어 다행히 2층까지 확산되지 않았지만 내부에 있던 책장과 소파 등 사무집기들이 타면서 연기가 발생,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는 "요양센터는 화재 당시 난로 등 난방기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기름보일러로 건물 전체 난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누전으로 인한 화재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현재 정밀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취재
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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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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