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 신명고에서 열린 대구시교육청 주최 '고3 논술교실'. 이곳에서 만난 김모(18·이과) 양은 올해 수능에서 20점가량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김 양은 "수리 가를 푸는데 5번 문항부터 턱 막혀 거의 울 뻔했다. 9월 모의평가보다 훨씬 어려웠다"면서 "수시 2차에 올인해야겠지만 원서를 낼 만한 대학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황(恐慌)에 빠진 고3 교실=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성적이 크게 하락한데다 정시 모집 축소, 재수 기피 경향까지 겹치면서 이중 삼중의 고민에 빠졌다. 특히 점수 하락 폭이 큰 중위권은 물론, 상위권 수험생들 중에는 수시1차 합격을 해 놓고도 수능최저학력기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 논술 응시 포기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진학지도협의회는 20일 대구 수험생들의 원점수 평균이 13(문과)~17점(이과) 하락했다고 분석했지만, 실제 중위권 수험생 중에는 30, 40점 이상 점수가 떨어졌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올해 수능의 성패를 가른 과목은 수리와 언어 영역. 특히 수리 가 경우 1등급 구분점수가 지난해보다 9~11점이나 하락한 78~80점이 될 것이라는 입시기관들의 예측이 나왔다. 언어도 1등급 구분점수가 지난해보다 2~4점이 떨어졌다.
혜화여고 박재완 교사는 "최상위권 바로 아래 학생들의 충격이 크다. 가령 평소 언어·수리·외국어 조합이 1·2·1등급이던 학생이 이번 수능에서는 한 영역 3등급을 받은 사례가 적잖다"며 "점수 하락 폭이 더 큰 2, 3등급 수험생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학에서 늘 만점을 받던 학생이 3, 4개 틀려 90점을 못 넘긴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막판 눈치작전 치열할 듯=경신고 이우룡 교사는 "수학을 잘하던 이과학생들도 수리 가에서 15~20점가량 떨어진 예가 많다. 만점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한 영역의 등급컷이 하락하면 올해 수도권 주요 대학 논술 시험의 결시율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처럼 수능 난이도가 상승하면 최상위권은 표준점수가 올라가면서 경쟁률이 낮아지는 반면, 중위권은 경쟁률이 대폭 올라가면서 하향 안전 지원과 막판 눈치 작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3일 경북대 논술시험을 치르는 이모(18) 군은 "EBS교재에서 연계가 많이 됐다고 하는데 지문만 눈에 익을 뿐 출제 문항은 대단히 어려웠다. 수리 나도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 4개 영역의 총점이 30점 이상 떨어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모(18) 양도 "친구들과 가채점을 하면서 '이런 식이라면 EBS교재가 아니라 기출문제를 더 많이 풀어보는 게 유리했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수능의 여파로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정시 모집 상담에 들어가는 고3 교실에는 날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올해 대학들의 분할 모집이 많이 늘었다. 또 정시 모집 인원이 줄고 하향 지원 추세가 강한 만큼 끝까지 목표하는 대학의 지원 판세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중위권에 지원자들이 몰리면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 빈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소신지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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