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사 중부지역본부가 제564돌 한글날을 맞아 지난달 9~31일까지 주관한 '제23회 매일 한글 글짓기 공모전'에는 운문 608점, 산문 196점 등 총 804점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응모해 모두 88편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가을 빛' '하늘' '마음' '강가에서' '창(窓)' 등 운문·산문 공통 글제로 치러진 이번 공모전은 전체 대상(1명)과 각 부문별 장원(1명), 차상(2명), 차하(3명), 장려(5명)상이 선정됐습니다.
가을빛
박인자 구미시 사곡동
붉어지는 저 뻘 속 관능의 촉수가?
서늘한 턱을 치켜드네요
심장의 중심엔 웅크린 수백 개의 신경이
뻘 속으로 사라졌다가 독버섯처럼 살아난다.
독거미의 그림자가 선회하며
자연 치유의 쾌가 운행되는지 알아보네요
포성이 멈추기를 기다려 누군가 소리쳤지요
지금은 약을 구할 수 없다고
독한 알약을 삼키고도 가라앉지 않는
뇌의 작동 불응으로
한 생의 서늘한 바람과 하룻밤을 맞았네
그것은 깊이 잠들었던 영혼을 깨우는 일,
그대와 사랑이 깊어지는 일이란
달아오른 심장의 판막을 두드리며
아득한 우주의 태반에서
밤이면 먹이사슬처럼? 사나운 짐승이 되어
태양이 더듬고 지나간 자리에
빨간 잇발 자국이 선명하게 자라고 있다
동백을 그리는 순간마다
달아오르는 화선지 위에 너를 앉힌다
우리는 지금 통화권 이탈 지역,
얼음장 같은 그의 혀는 언제 풀리는지
맨살처럼 돋아나는 독기를 머금고 홀연히
지워지던 길,
까실쑥부쟁이가? 또 피었다
잠깐 동안 머물렀던 섬, 혹은 별
과거의 별에서 더 오랜 과거의 별로 돌아왔다
햇발 역류하는 한낮의 분화구에 빠져
불태우는 가을 산,
홀로 울울창창 깊어가는 상처의 숲
고서의 한 구의 숨 쉬는 미라
바람과 햇빛에 깎여 사라지는 것들
악마의 유혹처럼
컴컴한 나를 서릿발 같은 외뿔로 들여앉힐 작정이다
독기 품은 피,
신과 한통속이 되어버린 복제 인간마냥
날마다 공격해 오는 그놈,
진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어느새 알레르기는 말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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