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온가스(CFCs·염화불화탄소)로 인해 울진소방서가 체면을 구긴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40분 울진군 후포면 후포위판장 부둣가에 정박 중이던 27t급 오징어채낚기 어선에서 배전판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울진소방서 후포119안전센터는 진화과정에서 바닷물을 이용해 기관실 내부로 물을 흘려보냈는데, 좀처럼 불길을 잡지 못했다. 기관실 내부 곳곳에 기름이 많이 묻어있는데다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로 된 구조물이 많아 물만으로는 불길을 잡기 어려웠다.
소방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외항선을 탄 경험이 많은 다른 배의 선주 남모(72) 씨가 생선 등을 냉동하는 데 사용하는 프레온가스를 터트리면 금방 진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소방서 측은 법적으로 프레온가스 사용이 맞지 않다는 규정을 들어 물로 진화하는 것을 고집하다, 결국 불길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커졌다.
이를 보다 못한 남 씨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20kg짜리 프레온 가스를 한통 터트리자 불길은 바로 잦아들었다. 프레온가스가 불의 윗부분을 덮어 공기를 차단하면서 불길이 쉽게 잡힌 것이다. 그제야 소방관들은 프레온 가스 3, 4통을 더 투입하며 마지막 남은 불씨까지 모두 잡으며 곤혹스러웠던 화재를 마무리지었다.
한 주민은 "경험이 많은 선주의 말을 조금이라도 일찍 들었다면 화재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남 씨는 "기름이 많이 묻어있거나 FRP재질로 된 구조물로 이뤄진 선박의 경우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프레온 가스가 제격"이라며"울진처럼 선박이 많은 지역이라면 이 같은 화재진압 방법을 숙지해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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