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이 5년만에 장편소설을 내놨다. 첫 소설 '새의 선물'의 주인공이 열두살 진희였는데 이번에는 열일곱살 고등학생 연우가 주인공이다.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연우는 이사를 하게 되고, 새로 전학 갈 학교를 추첨하는 자리에서 동급생 태수를 만난다. 태수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평범한 소년의 심장 박동을 떨리게 한다. 음악은 천둥처럼 전율시키고 다른 세계로 빨아들인다. 이렇게 힙합을 만나고 새로운 우정을 만나며 첫사랑 채영과의 만남도 시작된다. 계절이 지나고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지면서 소년은 한 뼘쯤 자란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형태를 띠며 흘러간다. 그래서 독자들을 누구든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사춘기 시절로 데려간다.
'내 머릿속에 있을 때는 하나같이 특별하고 의미심장하고 섬세한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태수의 입을 통해 정리가 되고 나니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일이 돼버린다. 세상에는 절대로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 모양이다. 이메일과 핸드폰의 전달 버튼을 아무리 눌러봤자 타인에게는 결코 똑같은 내용이 전해지지 않는 것.'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결코 몇 줄로 전달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올해 7개월 동안 문학동네 카페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을 책으로 엮었다. 492쪽, 1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