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구라도 축사근처 엄금" 대구서도 삼엄 경계중

의심신고에 농가들 불안감

6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관리사무소 수의사가 구제역에 대비해 사슴 우리를 방역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6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관리사무소 수의사가 구제역에 대비해 사슴 우리를 방역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찾아오긴 뭘 찾아와요.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대구의 첫 구제역 의심 신고 이후 지역 축산농가들이 '외부인 출입 금지'에 들어갔다. 7일 낮 대구 달성군 옥포면 김흥리의 2천500㎡ 규모 축사. 이곳에서 소 100두를 키우고 있는 조이제(55) 씨는 "축사 출입구에 설치한 차량 소독기구로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며 취재진을 문전박대했다. 조 씨는 "요즘 같은 때 축사 방문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들어갔다가 '우리 소가 다 죽으면 네가 책임질거냐'며 멱살잡이 당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안동 와룡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역 축산 농가들도 공포에 떨고 있다. 구제역 발생 1주일 만에 안동 와룡에서 반경 20㎞ 밖인 예천 호명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난 데다 100㎞ 넘게 떨어진 청도 금천과 대구에서도 의심 신고가 잇따랐기 때문. 6일 청도, 대구의 구제역 의심신고는 일단 음성으로 판정났지만 대구 동구, 북구, 달성군 등 지역 축산 농가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외부인 출입 금지

대구 축산농가에서는 충남 보령의 축산농가에서 돼지 2만191마리가 살처분된 원인이 구제역 최초 발생지인 안동에 있다 온 수의사의 방문 때문이라는 소식이 퍼지면서 외부인 출입을 일절 차단하고 있다. 농가들은 관공서에서 나눠주는 액체형 소독약과 생석회도 직접 전달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정도.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1천㎡ 이상 축사에는 출입구에 차량 소독기구를 설치하거나 동력분무기를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대다수 농가가 1천㎡ 이하 규모의 축사를 운영하고 있어 관공서의 소독약과 생석회를 지원받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에 따라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농가들이 외부 접촉을 꺼리게 되면서 관공서마저 가가호호 방문을 통한 소독약 분배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마을회관 등으로 모이라'는 등 동네 방송을 통해 축사와 떨어진 곳에서 배급하고 있다"며 "자체 소독시설을 갖춘 곳은 이마저도 고사하거나 축사와 떨어진 곳에 놔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성군 관계자 역시 "농가에서 방재단의 접근도 꺼려 소독약 배부에 그치고 있다"며 "1개월 남짓 대비할 수 있는 분량인 액체 소독약 400ℓ와 생석회 4천㎏을 농가에 나눠줬다"고 밝혔다.

◆구제역 여파가 동물원까지…

구제역 불안감은 관상용 사슴을 보유하고 있는 달성공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슴 53마리가 있는 달성공원에는 하루 7천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아 방역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달성공원관리사무소는 하루 1회에 그쳤던 사슴 우리 소독을 하루 3회로 늘리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만에 하나 대구 인근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날 경우 공원 폐쇄라는 초강수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달성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공원 출입구에 방역 발판을 만들어 공원에 출입하는 시민들을 소독한다"며 "대구 북구 연경동 구제역 의심 신고가 음성으로 판정나서 다행이지만 만약 대구에 구제역이 발생한다면 공원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확인돼 해당 동물들을 살처분하면 또 다른 동물을 데려와도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회복에 1년 넘게 걸린다는 것.

한편 대구시는 축산 농가가 밀집한 동구, 북구, 달성군 주요 길목에 방역 장치를 설치하고, 개별 농가마다 문자메시지로 방역정보, 축사소독, 농장방문·해외여행 자제 등을 요청하고 있으며 구제역 의심 가축이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