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각종 모임이 많은 시기다. 요즈음은 '부어라, 마셔라'식의 송년회 대신 감동을 함께 나누는 문화 회식이 새로운 송년회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평소 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 공연장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상을 떠나 모처럼 찾은 공연장에서 본인의 작은 실수로 공연장 전체 분위기를 흐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람 에티켓 정도는 사전에 인지하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공연 관계자와 관객 모두 난처해지는 경우로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입장을 제지하는 공연 관계자와 관객 사이에 고성이 오간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우리 아이는 공연을 너무 좋아해서 꼼짝 않고 집중해서 잘 본다. 다른 공연도 다 봤다"라고 말하지만 어린이 공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은 8세 미만 아동의 입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장시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어린이들은 공연자나 다른 관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시간과 돈을 투자해 찾은 공연장에서 동반한 어린이로 인해 본인은 물론 타인의 공연 감상까지 망치지 않으려면 예매 시 관람 등급을 꼭 확인해야 한다.
흔히 공연장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또 다른 상황 가운데 하나가 지연 관객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한 후 공연장에 도착한 관객들이 빨리 입장시켜 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경우이다. 늦게 도착한 만큼 빨리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아무 때나 관객을 입장시키면 공연 중인 배우와 이미 공연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공연장에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도착해서 10분 전에는 입장을 하는 것이 좋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었을 경우에는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제작진과 진행팀의 협의에 의해 지연 관객의 입장 시간대가 정해지게 되는데 장면이 바뀌거나 곡이 바뀔 때 조용히 입장해서 출입구 가까운 빈자리에 앉았다가 휴식 시간에 지정된 좌석을 찾아가는 것이 에티켓이다.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핸드폰 전원을 잠시 꺼두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진동은 괜찮겠지'하는 관객들이 아직도 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진동 소리도 엄청난 소음이다. 핸드폰 소음은 공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부분 공연 직전 안내방송을 통해 공지하거나 출연 배우들이 직접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뮤지컬 공연 전에는 배우의 목소리로 "공연 중 벨소리가 울리면 공연을 잠시 멈추고 모두 함께 벨소리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애교 있는 멘트로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공연 중 좌석 이동을 하는 얌체족들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연 시작 직전이나 직후에 잘 보이는 앞자리나 가운데 빈자리로 이동하는 관객들이 있는데 다른 관객의 집중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있어 절대 삼가야 할 행동이다.
공연장 내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는 것도 기본적인 인지사항. 허가받지 않은 촬영은 작품의 저작권과 배우들의 초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셔터 소리나 플래시 등은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집중력을 흩뜨려 공연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공연장에는 '마음은 가볍게, 양손도 가볍게' 가는 것이 좋다. 생수를 제외한 음식물, 꽃다발, 비닐제품 등은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인데 공연 중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공연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품들은 로비에 있는 물품보관소에 보관하였다가 공연이 끝난 후에 찾아가야 한다.
결국 공연장에서의 에티켓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그 자리에 함께한 배우와 다른 관객들을 위한 작은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배려가 즐거운 관람 환경을 만들고 감동을 배가시킨다. 좋은 공연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관람 에티켓을 잘 지키는 좋은 관객들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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