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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할 일 않는 국회, 기대할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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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고도 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효력을 상실한 법 조항이 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올해 법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큰 조항도 7개라고 한다.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법 조항을 제때 개정해야 할 국회가 직무를 태만히 한 결과로 입법 공백 상태가 불가피하다. 입법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회가 본연의 직무를 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령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시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법적 공백이 우려돼 개정 시한이란 완충 장치를 두는 제도다. 대신 입법 시한을 넘기면 법 효력은 사라지고 위법 행위도 법 규정이 없어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 법적 공백은 사회적 혼란을 부르게 된다.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9년 9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아 지난해 6월까지가 개정 시한이었다. 그러나 여야 이견으로 개정 시한을 넘겨 이 법 조항의 효력은 상실됐다. 언제 어디서 옥외 집회를 하더라도 규제할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야간 옥외 집회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이나 상인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없어졌다.

대선 출마자에게 5억 원을 기탁하게 한 공직선거법이나 방송광고공사의 광고 독점을 인정한 방송법 등의 조항도 지난해 법 효력을 잃었다. 위헌 판결을 받고도 법 개정 후속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법 조항이 27개에 이르는 등 헌재의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되지 않은 법 조항은 모두 52개나 된다. 입법기관 국회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다.

국회의 직무 유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연말 예산안 파행 처리도 따지고 보면 예산안 심사를 게을리한 데서 비롯됐다. 시한은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인식도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입법은 국회의 고유한 권한이다. 의회 권력을 상징하는 의사봉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겨진 미국 하원의회 개원식이 축제의 현장으로 비쳐지는 것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덕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러나 국회가 본연의 임무보다 정쟁에 몰두한다면 우리 국회에 국민들이 기대할 일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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