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올해 설 명절이 실종될 처지에 놓였다. 가축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가족이나 친지들의 귀향을 만류하는 분위기인데다가 연휴가 길어 '귀향' 대신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설 명절, 고향 못 갈 판
경북 청송이 고향인 김주현(46) 씨는 이번 설 귀향은 포기하기로 했다. 청정지역으로 유명했던 고향 마을 인근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부모님이 고향 방문을 극구 말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속도로 나들목과 진입로 곳곳에서 구제역 방역을 하면서 차량 정체가 극심할 것이라는 걱정도 귀향을 포기한 이유다.
김 씨는 "설에 고향에 못 가는 대신 지난 주말에 부모님을 뵙고 왔다"며 "오가는 길에 8번이나 차량 방역을 하면서 이번 설은 건너뛰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창수(43) 씨도 설 명절에 고향에 갈지 고민 중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이 씨는 구제역에 민감해진 마을 주민들이 외부인들이 찾아오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씨는 "구제역 때문에 가뜩이나 분위기가 어수선할 텐데 친지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가축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이번 설에는 '민족 대이동'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구제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친지나 가족들의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 탓이다. 이 때문에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던 대구경북 고속도로 차량 통행량도 올해는 주춤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설 연휴 지역 내 차량 통행량은 지난해에 비해 3.3% 늘어난 일 평균 34만5천 대로 예상됐다. 이는 2010년 하루 평균 통행량이 전년에 비해 6.65%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것. 설 당일 교통량도 0.7%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설 당일 교통량 증가율인 4.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앞다퉈 떠나는 해외여행
고향길이 막히는 대신 하늘길은 붐비고 있다.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 연휴를 맞아 제주와 국제선 항공권이 동나고 여행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설 연휴는 1월 31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2월 6일까지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어 해외 여행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잖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노선과 호주, 뉴질랜드 등 대양주 노선은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좌석이 거의 매진된 상태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 기간 동안 국제선 예약률은 89%로, 지난해보다 3%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도 2월 1, 2일 출국은 동남아 노선이 99%로 빈자리가 없고, 일본노선도 98, 99%로 만석이다.
대구-북경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 국제항공의 경우도 예약률이 80%로 평소 73%에 비해 7%p 높다. 대구-상해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 동방항공도 설 연휴 동안 예약률이 지난해 60%에서 올해는 70%로 10%p 뛰었다.
제주로 가는 노선도 빈자리가 거의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2월 1~4일까지 대구-제주 노선 예약률은 90%를 넘었다. 4일에는 임시편까지 투입했을 정도다. 아시아나항공도 2~4일까지 좌석 예약이 끝났고 5, 6일 제주에서 돌아오는 항공편도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해외여행 예약객은 3만4천여 명으로 지금까지 역대 최대 출국인원을 기록했던 2008년 설연휴보다 36.5%나 늘었다. 모두투어도 설 연휴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2만8천여 명으로 지난해의 3배 수준에 이른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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