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이타적 유전자 / 매트 리들리 /사이언스 북스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이타적인 사회를 형성하는가?

"나는 호의가 없이도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을 배운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같은 봉사를 더 받기를 바라는 기대감에서 그리고 나를 비롯한 타인들과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의 봉사에 보답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내가 제공한 봉사로부터 발생한 이익을 누린 그는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역할 수행을 거부했을 때의 결과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흄의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여주인공은 끔찍한 딜레마에 놓인다. 그녀의 애인 카바라도시는 경찰총장 스카르피아에게 사형 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스카르피아는 그녀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토스카가 그에게 몸을 바치면 총살 집행인에게 공포탄을 쏘라고 명령해서 그녀의 애인을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토스카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물론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토스카와 스카르피아는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죄수의 딜레마'로 알려져 있는 이 게임은 개체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이 상충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된다. 토스카와 스카르피아가 서로 약속을 지킨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각자 상대방에게는 약속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약속을 어길 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는 이기주의자들 사이에 협동 터부나 도덕적 강제 또는 윤리 규범에 의한 것이 아닌 협동을 이루는 방법에 관한 총체적 가상 체험이다. 편협한 사리 추구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이 집단 이익에 기여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를 읽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박사이자 과학전문저술가인 저자는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이타성, 상호부조, 협동과 같은 덕목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생물학, 진화론, 게임 이론, 윤리철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저자는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크로포트킨이 저술한 '상호부조:진화의 한 요소'에 대한 언급으로 책을 시작한다. 귀족계급 출신이자 혁명가였던 크로포트킨은 삶이 피투성이의 난투 또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본 당대의 홉스나 헉슬리와는 달리, 삶의 특징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크로포트킨은 '이기성은 동물성의 유산이며 도덕성은 문명의 유산'이라는 생각을 거부했다. 협동은 태곳적부터 내려오는 동물적 전통으로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부여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저자 매트 리들리는 크로포트킨이 절반은 옳다고 인정하면서도, 인간 사회의 뿌리는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에 존재한다고 본다.

"자연은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생명체들의 거대한 생존 투쟁의 장이다. 인간 역시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존재로서 공동체 사회 안에서 상호 경쟁하는 관계를 형성한다. 사회가 제구실을 하고 굴러가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훌륭하게 고안해 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우리의 진화된 소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우리의 본성에 내재한다. 인간 사회에서는 호혜주의가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그것이 인간 본성의 불가결한 일부, 즉 본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은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선행은 선행으로 보답받는다'는 결론에 이르기 위해 복잡한 추론을 거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뿌리 깊은 소양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우리 인간이 사회적 삶을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획득하도록 적자생존이 호혜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이타적 성향이 형성되며, 도덕적 행위는 유전자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또 하나의 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풍부하고 재미있는 실례와 간명한 문체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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