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집트 위기·환율 하락·고유가'… 대구 제조업 '外患 3중고'

모처럼 호황기를 맞은 대구 제조업 경기가 '대외 변수'로 울상이다.

지역 섬유 수출의 최대 시장인 중동에 이집트발 위기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데다 원유와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업체 관계자들은 "중동은 대구 섬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며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환율과 원자재 가격도 올해 성장의 변수"라고 말했다.

◆섬유 업계 이집트발 쓰나미

"현재 이집트 카이로 시와 알렉산드리아 시의 물동량은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이집트에 진출해 있는 대구 섬유업체들도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집트 현지에서 섬유업에 종사하고 있는 A씨는 "간간이 이웃나라 두바이를 통해 밀수 형태로 들어오는 소규모 물동량 외에는 수출입이 중단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번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구 섬유업계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라고 했다.

현재 이집트와 직거래를 하는 지역 섬유업체는 8개이며 중동 전체로는 줄잡아 70~80여 곳에 이른다.

A씨는 "위안화 절상 등으로 중국산 섬유제품 가격이 20% 이상 오르면서 대구 섬유가 빠른 속도로 중동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망이 붕괴되면서 섬유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집트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 '야로' '아바야' 등의 제품을 필두로 중동 지역 수출량을 늘려가던 지역 업체는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 "아직까지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이집트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변국으로 시위가 번지면 지역 섬유 수출 판로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환율과 원자재 값

고유가에 원자재 값 상승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처럼 살아나는 지역 제조업 경기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철스크랩과 유연탄, 철광석 가격(t당)은 최근 1년간 각각 340달러에서 501달러, 172달러에서 242달러, 89달러에서 225달러 등으로 급등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지역 186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월중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90.4로 전달(92.4)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 구제역 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도 변수다. 설 연휴 이후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천1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 호조와 탄탄한 국내 경제 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환율이 1천원대로 내려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상승)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되지만,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양날의 칼이다.

성서공단 내 ㈜스틸에이 이철원 대표는 "환율은 내려가고, 갈수록 원자재 가격은 오르지만 파는 단가는 고정돼 있다"며 "중소기업이 가격을 흡수하기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투자 등 올해 사업 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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