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이 넘은 나이에 늦깎이로 시인 등단을 했고, 늦게라도 더 높이 더 멀리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집도 냈습니다."
경산 정평동에 살고 있는 전무웅(73·사진) 씨가 제15회 아시아 서석문학 신인 문학상 시 부문에 '조강지처' '노주' '산사에서 쓴 편지' 등이 당선작으로 뽑혀 시인으로 등단했다. 심사위원들은 "전 씨의 작품들은 연륜과 함께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은 역시 세월과 연륜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이가 있으면 더욱 감칠맛이 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고, 동감하는 대목들이 많이 있어 쉬이 당선에 올리게 되었다"고 심사평을 했다.
당선작 중 '산사에서 쓴 편지'는 전 시인이 보헤미안처럼 떠돌던 1991년 1월 경기도 양평 양수리 어느 작은 산사에서 쓴 것이다. 전 씨는 "날고 싶었다. 시원찮은 반풍수, 목공이 집 한 채 짓는 데 20년 세월이 걸렸다"면서 "문학, 철학을 해 본 적이 없는 둔하고 박식하지 못한 사람으로 오래전부터 인생 삶의 노래를 시로 엮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2 때 '피리소리'라는 시를 써 교내 백일장에서 입선을 한 이후 시인이 되고 싶었다. 또 1993년 여성동아 4월호에 정치적 미스터리에 관해 논픽션을 써 게재되기도 했다. 30년 넘게 일기를 쓰고 있는 등 글쓰기는 하나의 생활 그 자체다.
전 씨는 "객지를 방랑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주철관 회사 회사원으로, 현재의 서비스사업을 하면서도 늘 시가 내 삶의 터전에서 시름을 달래 주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상에 잠기면 잠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400여 편의 시를 썼다. 이 가운데 일부를 엮어 최근 '바람에 띄운 편지'(도서출판 글 나눔)를 시집으로 발간했다.
그는 "늘 해오던 취미로 몇 권의 시집을 써 오던바 친구, 지인, 주위 분들이 그냥 썩히지 말고 책을 묶어라 하는 권고로 70이 넘은 나이에 부끄럽게 시집을 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시인 김석문은 "칠순이 넘어 문단에 등단하고 곧바로 시집을 펴내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옷깃을 여미고 감히 시집을 들여다보니 역시 인생의 희로애락과 사단칠정이 어우러져 가슴 뭉클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지고한 인생에 감히 무슨 말로 사족을 붙이겠는가"라고 시집 발간을 축하했다.
전 시인은 "보다 젊은 시절에 시궁창에서 나와 등단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지금은 죽음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인생이 허무하지만 물속의 자갈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물을 보다 깊이 볼 수 있는 시, 좀 더 밝고 대중을 위한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늦게라도 더 멀리 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앞으로도 시집을 계속해서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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