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흑백 TV밖에 없던 시절인데, 지금도 그렇지만 인기 드라마나 뉴스를 방영하기 전에 많은 광고물이 브라운관을 통해 쏟아졌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그때의 광고 한 편이 있다. 반으로 잘려 한쪽은 세워져있고, 다른 한쪽은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덩그러니 누워있는 흑백화면 속의 사과 반쪽. 그리고 이어지는 성우의 낭랑한 목소리…. "유한양행은 기업 이윤의 반을 사회로 환원합니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의 광고들이 유명인을 내세워 우리제품이 좋으니 사달라고 알리는 판인데, 이 회사는 광고라기보다는 한 기업의 이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같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 회사가 바로 1939년에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유한양행이다. 그가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 졸업 후 라초이(La Choy'중국어로 숙주나물이라는 뜻)라는 식품공장을 운영하여 얻은 수익금을 자본으로, 한국에 돌아와 그의 성과 이름의 끝자를 따서 지은 제약회사이다.
유한양행은 한국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한 기업이다. 종업원들에게 자기가 근무하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게 하여 회사의 이익을 배당받음으로써 근로의욕과 애사심을 높이며, 회사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주주를 확보하여 노사대립을 완화하고, 종업원들의 저축을 회사의 자금으로 재활용하는 선진 경영기법이다. 이러한 경영방식을 도입한 경영자가 유일한 박사이다.
그는 1895년 1월 15일, 평양에서 상인이었던 유기연의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이름은 유일한(柳一韓)이다. 그의 이름에는 관성(官星)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관성은 법과 질서를 준수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사소한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며, 통솔력과 희생정신이 투철하고 도덕적이다. 명리학에서도 관운(官運)이 월지나 일지에 위치하고, 상관(傷官)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 군인과 경찰, 또는 공무원을 할 사주라고 풀이하는 것도 이러한 성격 때문이다.
요즈음은 들어보기가 쉽지 않지만, 옛날에 어른들이 어느 아이를 가리켜 "그놈 성격이 참 반듯해. 커서 성공할 거야" 라고 칭찬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런 아이들이 40'50대가 되어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반듯한 성격, 이것이 관성(官星)이다.
'柳一韓'. 그는 이름처럼 강직하고, 반듯하게 살았다. 그는 정부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정치자금도 거부하였으며, 국가의 세금을 한 푼도 포탈하지 않았다. 아플 때도 자사의 약을 자기 돈으로 구매하였고, 재산과 기업을 세습하지 않았다. 모든 재산은 기부하였고, 유한양행을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사회로 환원하였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오만방자하고 자질이 부족한 경영자가 있는 이 시대에, 가진 자의 도덕적인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경영자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유일한 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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