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리비아의 눈물

유엔의 역점 과제 중 하나는 수단 내전 종식이었다. 수단은 북부의 아랍계 주민들과 남부의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갈등을 빚다 2003년 다르푸르 학살을 계기로 내전에 휘말렸으며 30여만 명이 사망하고 27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유엔 등이 중재에 나서 최근 남수단의 독립이 결정돼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단 사태가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리비아의 유혈 사태가 발생, 유엔이 다시 바빠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7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일가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유혈 진압 사태 조사를 내용으로 하는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리비아는 인접한 튀니지와 이집트의 대통령이 시위대에 굴복한 것과 달리, 카다피가 시위대 유혈 진압에 나섬으로써 수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수단 내전과 리비아 유혈 사태 등 비극의 원인에는 광기의 지도자들이 있다.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로 다르푸르 학살을 묵인하고 지원한 혐의로 ICC에 기소 중인 상태다. 카다피 역시 1969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40년 넘게 철권 통치를 휘둘러 왔으며 2007년 반기문 총장과의 회담에서 회담 내내 파리채를 휘두르며 상식을 넘는 행동을 하는 등 기이하고 광기에 휩싸인 인물로 낙인찍혀 왔다.

인류의 슬픔은 그러한 인물들이 계속 존재해 왔다는 데에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독일의 히틀러, 캄보디아 학살의 원흉 폴 포트, 1990년대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주창하며 인종 청소에 나선 '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등이 그들이다. 이번 리비아 사태에서 카다피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도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고 북한의 김정일 역시 이 범주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와 부대사가 흘린 눈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카다피의 친구로 알려진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샬감 리비아 대사는 유엔 연설에서 카다피를 규탄하며 리비아를 살려달라고 촉구했고 이브라힘 다바시 부대사는 그의 연설 내내 눈물을 흘렸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결연한 행동이 리비아의 눈물을 그치게 하기를 기대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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