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될 기미를 보이면서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험 점수 위주의 학생 평가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창의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 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서류와 면접이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가 되면서 서류 평가에 포함되는 비교과 영역이 주목받고 있다.
비교과 영역 평가는 봉사활동, 출결사항, 특별활동 등을 포함할 뿐 아니라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등도 필요하다. 다만 영어를 포함한 공인외국어 성적, 경시대회 입상 경력을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모의 국제대회 등 각종 대외 공모전도 마찬가지.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낼 여지가 있는데다 전형 유형에 따라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보도 중요하지만 비교과 영역은 결국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고 2가 되는 전상구(시지고), 황보진우, 이채원(이상 대구외국어고) 학생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모의G20, 이렇게 해냈어요
"무모할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보자'고 달려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상구와 진우, 채원이는 겨울방학 동안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 값진 결실을 거뒀다. 지난달 12일부터 이틀간 영자신문을 발행하는 한 언론사가 주최하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후원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모의G20 정상회의 '제3회 G20 YMS(Youth Model Summit)'에 참가, 금상(2위)을 수상했다.
각종 모의 국제대회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잇따라 열리면서 학생들의 참여가 높은 분야. 국제 감각을 기르는 한편 서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리더십과 토론 능력도 키울 수 있어 대표적인 비교과 영역 활동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지방에선 관련 정보를 얻기 쉽지 않은데다 영어로만 대회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모의 국제대회의 대다수가 수도권 학생들, 특히 특목고 학생들의 경연장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이들 '대구 삼총사'가 거둔 성과는 더욱 뜻깊다.
먼저 대회 참가 의지를 굳힌 것은 평소 토론과 다양한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상구. 지난해 10월 학교 내에 모의UN 동아리를 만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1월 인천에서 개인별 경쟁으로 열리는 모의UN 대회에 참가했는데 대상을 받았어요. 우리말로 진행하는 대회였는데 큰 상을 받고 보니 영어로 운영하는 대회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제3회 G20 YMS' 대회에 눈독을 들였지만 3명이 한 팀을 이뤄 참가해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고민 끝에 상구는 중 3시절 함께 대구외국어고 영재반에서 공부했던 진우와 채원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진우, 채원이에게 '대구에 돌아올 때 상을 들고 오게 해주겠다. 믿고 따라와 달라'며 설득했죠.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잘 해낼 거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순서는 어떤 분야, 어느 나라 대표에 지원할지 결정하는 것. 셋은 머리를 모은 끝에 주최 측이 정해둔 경제, 복지, 환경 등 5개 위원회 중 환경위원회를 선택하기로 했고, 개발도상국인 브라질을 1순위, 인도와 호주를 다음 순위로 지망했다. 진우는 비교적 쉽게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주제가 환경 쪽이니 만큼 개발도상국일수록 개선점이 많고 다양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브라질은 개발도상국 중 발언권이 센 편이고 환경 분야에서도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어 1순위로 지망했는데 뜻대로 결정됐으니 출발이 좋았던 셈이죠."
이후 대회 개막 전까지 약 2주 동안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상구가 대통령을 맡고 진우와 채원이는 각각 국무총리, 보좌관 역을 하기로 했다. 상구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와 정책 발굴에 신경을 쏟고 진우는 브라질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특히 채원이에겐 남은 시간이 촉박했다. 다양한 나라의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을 떠안았기 때문.
"학교 공부하랴,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각 나라의 자료를 모으랴 한동안 정신이 없었죠. 상대국의 의견에 반박을 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려면 우리가 대표할 브라질만 알아선 안 되니까요. 400여 쪽에 달하는 자료를 정리하고 입에 익지 않은 전문용어를 익히느라 진땀을 뺐어요."
대회 준비는 오로지 이들 셋의 몫이었다. 도와주는 교사도 없었다. 이 같은 대회에 관심이 많고 경험이 있는 친구, 선배들로부터 귀동냥으로 정보를 얻었다. 준비 과정은 때로 막막하고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지만 얻은 열매는 그만큼 더 달았다. 금상 수상이 결정된 순간 셋의 입에선 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대회를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이에요
"친구들에게 상을 안겨주겠다는 약속을 지켜 너무 기뻤어요. 호언장담은 하면서도 내심 부담이 컸는데 모두 털어낼 수 있게 됐어요."(상구)
"실력 있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큰 상을 받게 돼 놀랐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참가했는데 상을 받아오니 어머니가 또 나가보라고 채근하시네요."(진우)
"그동안 애쓴 보람이 있네요. 특히 지역 아이들도 수도권 학생들 못잖게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뿌듯해요."(채원)
대회 폐막일 금상을 받아든 상구, 채원, 진우는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대회 참가를 주도한 상구는 장래 희망을 구체적으로 그리게 됐다고 했다. "정치, 외교 분야에 새삼 흥미가 생겼어요. 아직은 나이가 어려 이런 모의 대회에 나서는 정도지만 실력을 갈고 닦아 나중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제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
이번 대회에서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많이 만난 덕분에 공부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됐다는 것이 진우와 채원이의 소감이다. 사실 셋 모두 초교 시절 외국에서 1년여 정도 머물러 영어 실력이 남부럽지 않을 정도. 토플 점수가 100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나름의 영어 공부 노하우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음악, 영화 등을 통해 귀에 들어오는 문장 외우기, 영어 다큐멘터리 보기, 영어로 생각하기 등으로 익혀둔 영어를 잊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서울에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더군요. 하지만 주눅이 들기보단 이 아이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이 친구들이 앞으로도 경쟁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죠. 대회를 치르며 친해진 아이들과는 수시로 연락하면서 또 다른 대회를 준비해볼래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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