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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와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현실

가계저축률(임시처분소득 중 저축액 비율)이 수직 하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2.8%로 저축률 자료가 제시된 20개 회원국 평균 6.1%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덴마크(-1.2%), 체코(1.3%), 호주(2.2%), 일본(2.7%)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소비왕국'인 미국(5.7%)의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가계에 돈이 말랐기 때문이다. 경제 환경 변화로 쓸 곳은 늘어났는데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평균 가계 소득 증가율은 1980년대에 16.9%에 달했으나 1990년대에 들어 12.7%로 하락했고 2000년대에는 6.1%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출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소득 대비 가계 지출 비중은 82.2%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과소비 때문이 아니다. 빠듯한 소득에 필수적인 지출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령화에 따른 보건비, 사교육비 증가, 통신비 등이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데다 4대 보험 지출 부담도 가계를 옥죄고 있다.

반면 기업은 쌓여가는 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배가 부르다. 기업의 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에 연평균 4.4%에서 2000년대에는 25.2%까지 증가했다. 나라와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역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축률 하락은 투자 및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피하려면 저축률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그것은 국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데 달려 있다. 나라와 기업이 아무리 성장한들 그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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